일회용품 감축…교회 계속해야

일회용품 감축…교회 계속해야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3년 11월 12일(일) 06:00
정부가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1회용품 계도기간 종료에 따른 향후 관리 방안'을 발표하고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관리방안에 따라 플라스틱 빨대는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되는 시점까지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으며 종이컵은 일회용품 사용제한 대상품목에서 제외시켰다. 비닐봉투 사용 금지는 23일 계도기간을 종료하지만 단속을 통한 과태료 부과보다 대체품 사용 생활문화 정착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식당이나 카페 등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종이컵 사용 등 일회용품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하고 1년간 계도기간을 갖기로 했다. 하지만 오는 23일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철회되면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환경운동시민단체는 "소비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오로지 소상공인 뒤에 숨어 정책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그린피스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을 지원해 제도를 안착시키는 대신 일회용품 규제를 사실상 포기하는 쉬운 방법을 택했다"면서 "특히 이번 일회용품 규제에서 제외된 종이컵은 플라스틱 코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빨대와 비닐봉투에 대해서도 무한계도기간을 주었기 때문에 이번 발표는 사실상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계도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시대를 역행하는 판단"이라면서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등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고민해야 하는데 너무 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유 센터장은 "일단 정책이 발표된 상황에서 교회가 먼저 선도적인 실천을 통해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면서 "교회 식당이나 카페에서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그동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실천했던 교회와 성도들에게는 맥빠지는 정책이며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지만 "이미 일회용품 사용 저감을 위한 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는만큼 쉽게 흐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교회와 목회자들, 그리고 성도들부터 일회용품을 안쓰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무학교회 박미령 집사는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나의 작은 편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있고, 가장 작은 일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텀블러를 생활화 하고 있다"고 했다. 탄소줄이기의 일환으로 샴푸나 바디워시 액체비누 등을 친환경 비누로 만들어 일상에서 사용하는 박 집사는 최근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완화된 것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조금 불편을 감수하면서 의식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갈 생각이다"면서 "나의 작은 행동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해도 작은 실천이 모이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교회 카페도 고민이 많다. 대부분의 교회 카페가 여전히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이용하고 있고 개인 텀블러나 다회용컵을 권장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종이컵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활주일 이후 교회 카페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과천교회(주현신 목사 시무)는 지난 8일 오후 공식적으로 "기존대로 일회용품을 카페에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환경선교부 정부활 목사는 "교회 카페에서는 다회용컵이나 텀블러가 아니면 음료를 마실 수 없는 정책이 있다"면서 "정부 발표 이후 카페를 이용하는 주민들과 성도들의 문의가 있어서 고민했지만 교회적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과천교회는 일회용컵 사용 규제 후 카페 수익금이 일정 부분 감소했다. 그러나 과천교회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한편 과천교회 카페 수익금 전액은 선교기금으로 사용한다.

소상공인들은 갑작스러운 정책으로 어리둥절하지만 반기는 눈치다.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온누리교회 K 집사는 "카페 입장에서는 설거지 안해서 좋고, 환경문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면서 "회전율이 좋은 프랜차이즈 카페는 크게 환영하겠지만 우리처럼 소규모 카페는 상황에 따라 다회용컵과 종이컵을 병행하며 사용하지 않겠냐"고 했다. 사실 K 집사는 오는 23일 계도기간 종료에 맞춰 카페에서 사용할 다회용컵을 다량으로 준비했다. 그는 "사용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괜한 지출이 된 것 같아 아쉽기는 하다"면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이 혼란스럽지만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솔직히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다"고 심정을 털어 놓았다.

이번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크리스찬들은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상관없이 한국교회가 자발적으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등의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로 자발적인 불편을 감수하면서라도 사회의 모범사례가 되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하는 분위기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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