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배송되는 새벽말씀

새벽에 배송되는 새벽말씀

[ 목양칼럼 ]

구영규 목사
2023년 12월 20일(수) 15:33
벌써 5년이 다 되었는데, 시찰회에 제출할 서류가 있어 한 선배 목사님을 찾아뵈었는데, 목사님께서 콩나물 해장국을 사주셔서 아침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나는 담임목회를 시작한지 고작 2년이었고, 이미 목회를 잘 하고 계신 목사님과 식탁에 함께 앉으니 자연스럽게 교회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목사님 교회의 홈페이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사용되는 용어나 디자인이 부러웠다.

그리고 참 좋았던 건 교회의 새벽말씀이었다. 목사님은 매일성경으로 새벽예배를 인도하셨는데, 매일 새벽말씀의 원고를 다 쓴다고 하셨다. 그리고 새벽말씀을 녹음하여 교회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하시면서, 좀 힘들어도 이렇게 매일성경으로 6~7년을 하면, 성경 전체가 한 번 돌아간다고 말씀하셨다.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돌아오면서 부끄럽고 반성이 되었다. 그 때 나는 새벽말씀을 메모해서 설교하기 바빴다. 새벽말씀까지 준비하기가 벅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이 정도만 해도 되지…'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목사님의 말씀이 너무나 도전이 되어서, 그 다음날 새벽부터 새벽말씀의 원고를 쓰기 시작했고, 교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2019년 2월 26일 화요일이었는데, 그 날의 새벽말씀은 마태복음이었고 제목은 '십자가의 길'이었다. 그 날이 첫 날이었다. 새벽말씀의 원고를 쓰기 시작하고, 녹음을 하고, 홈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힘들고 부담만 되던 새벽예배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요즘 홈페이지에는 좋은 기능이 많아서 새벽말씀을 마치 예쁜 카드처럼 성도님들에게 카톡으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말씀에 어울리는 사진을 한 장 고르고, 말씀의 앞뒤에 찬양을 붙이고, 맨 뒤에는 3~4분 정도 기도할 수 있도록 기도음악을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벽말씀을 성도님들께 카톡으로 보내면 새벽일과가 끝이 난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언젠가 시간이 더 지나고, 지금의 권사님 집사님들께서 모두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시면, 나는 누구와 새벽예배를 해야 할까? 그런데 그 즈음에 사도행전19장 9절에서 너무 큰 은혜를 받았다. 바울사도는 두란노교회에서 제자들을 따로 세우고, 두 해 동안 날마다 강론했는데, 나는 바쁜 현대의 성도들을 매일 붙들고 강론할 순 없으니, 이 새벽말씀을 매일새벽, 새벽밥 짓듯 지어서, 마켓컬리처럼 새벽배송을 해 주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1년 후 코로나가 왔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모이고 싶어도 모일 수 없었던 그 두 해 동안 열심히 새벽말씀을 새벽배송했다. 코로나에 발이 묶인 그 두 해 동안 새벽말씀에 집중했다. 이미 시대는 온라인 시대가 되어 있었고, 새벽예배를 교회 현장에 묶어 둘 이유가 없어졌다.

모든 목사님들께서 그러시지만, 새벽말씀의 맨 뒤에 목회자의 기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성도들을 축복하는 기도, 그 기도가 얼마나 따뜻해야 하는지, 말씀의 우물에서 길어 올린 아침 첫 물 한 잔을 마시듯, 그렇게 기도해야 한다는 것도, 새벽말씀을 새벽배송하면서 배우게 되었다.

코로나19 두 해를 지나면서 새벽배송 유통산업이 엄청나게 성장했다. 거의 모든 대형마트에서 새벽배송을 하고, 새벽 첫 시간에 무엇이든 다 배송해 준다. 원하는 모든 것을 다 배송하고 배송 받는데, 그럼 새벽말씀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온라인 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다 듣지 못한다고 다 묵상하지 못한다고 말씀하는 청년들과 성도님들이 있다. 그럼 말한다. 사진과 말씀의 제목 그리고 찬양이라도 들으시며 하루를 시작하시라고. 그 어떤 온라인보다, 말씀의 온라인 위에서 살아가시라고 말한다. 어느 날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것이라고.



구영규 목사 / 송전양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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