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탄특집 ] 세빛자매관에 입주한 김영자, 김미경 선교사의 그리움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3년 12월 22일(금)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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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문막읍에 위치한 세빛자매관 원장 김영자 (은퇴)선교사는 성탄절을 맞아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고민할 시간도 필요없이 "주선애 교수님"을 외쳤다.
"주 교수님이 살아계셨으면 무엇을 해드리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원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이었다.
"올해 살아계셨으면 백수(白壽·99세)이신데 용돈 한 번 드리고 싶어요. 맨날 자기 쌈지돈은 전부 탈북민 위해 쓰셔서 아무 것도 못하셨거든요. 제가 딱 한번 50만 원을 용돈으로 드렸는데 받으시고는 우시더라구요. 그런데 결국 그것도 다른 분들에게 주셨어요. 주 교수님은 그런 분이셨어요."
일곱 식구의 가장이라서 일을 그만둘 수도, 결혼을 할 수도 없었다는 김 원장은 당시 한국 예수전도단 대표 오대원 목사와 성경공부를 하면서 신앙이 깊어졌고, 1980년 11월 23일 인도로 선교를 떠나게 됐다.
그러나 여성 혼자의 몸으로 인도 크리쉬나기리에서 40년간 열심히 사역을 했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마음이 어려웠다고 한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다른 가족들의 집으로 갔는데 한 달 정도 있는 동안 눈치가 많이 보였다고. 그래서 늘 공항에서 '둘째 언니네 갈까, 셋째 언니네 갈까' 생각하고는 버스 안에서 전화를 하곤 했다고 한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찜질방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곳에 들어오는 선교사님들은 공황에서 방황하지 않고 여기 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많은 독신 여선교사님들이 여기 모여 살면서 남은 여생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세빛자매관에 입주해 있는 선교사는 김영자 선교사와 김미경 선교사다.
김미경 선교사는 수단, 남수단, 르완다에서 30여 년 사역한 독신 선교사로, 1년 반 전에 코로나19로 인해 선교지에서 철수했고, 남수단도 내전 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하는 중에 주선애 교수의 권유로 이곳에 입주하게 됐다고 한다.
올해 60세인 김 선교사는 비록 해외에 나가서 선교하지는 못하지만 원주시 문막 인근에 외국인 노동자가 2만 7000여 명이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전도하고 있다. 매일 농장 등을 돌며 이들과 성경을 읽고, 코칭을 하며 교회에 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미경 선교사님도 "이번 성탄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주선애 교수님"이라고 말한다. 김 선교사는 선교지에서 한국에 돌아오면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 주 교수가 집으로 와서 묵으라고 해서 몇 번이나 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길면 한 달 동안 묵은 적도 있다고. 양평의 여교역자안식관에 주 교수와 함께 들어가기도 했었고, 15년 전 독신여선교사 안식관을 짓자는 이야기도 상의했었다고 한다. 주 교수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함께 있었던 터라 김 선교사의 그리움은 더욱 깊다.
"주 교수님이 세상을 떠나셔서 저는 마치 끈 떨어진 연 같은 느낌이예요. 저는 가까이에서 그분의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봤어요. 끝까지 인격적으로 사람을 대하시고 품으시고 기도해 주셨죠. 저에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려주신 인생의 큰 멘토세요."
세빛자매관에 입주해 있는 두 명의 여 선교사는 세계에서 고군분투하며 사역하고 있는 독신 여선교사들에게 성탄을 맞아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독신 여선교사님 힘내세요. 화이팅! 하나님이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힘내세요. 주님은 아십니다. 여러분의 마음을! 그리고 은퇴하면 여기 와서 같이 살아요."
표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