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회 목양실

우리교회 목양실

[ 목양칼럼 ]

고병호 목사
2024년 01월 04일(목) 09:22
필자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개인 기도를 마친 후, 목양실로 올라와 그 날 새벽기도회 시 나눈 말씀을 다시 한 번 묵상한 후, 그 내용을 모든 교인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우리 교회 밴드에 올린다. 그리고 말씀을 읽고, 그 날 해야 할 사역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며 잠깐 또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목양실이 2층 창가 쪽에 있다. 줄 서듯 창문이 나 있는 데다, 홑창이라 겨울에는 무지 춥고, 여름에는 그 열기 때문에 힘들다. 비가 오면 빗물이 창틈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눈보라가 치면 그 틈으로 눈이 들어온다. 요즘 한겨울이라 많이 춥다. 바닥 난방이 되어 있고, 난방기구가 있지만 춥다. 웃풍 때문이다. 오래전, 교회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사하려는 것을 필자가 반대했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견딜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일에 돈을 쓰는 것이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 요기는 아내가 새벽기도회에 나올 때 가지고 온 삶은 달걀 두 개와 사과 한 개로 때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래도 요즘같이 추울 때는 가끔씩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스한 밥 한 공기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생각날 때도 있다. 그래도 별로 먹는 것에 그렇게 개의치 않는다.

필자의 교회가 있는 인근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다. 또 다른 많은 회사들과 공장들이 있다. 오래 전 겨울,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 교회로 가는 중에 꼭두새벽부터 기아자동차 통근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긴 줄을 보았다. 새벽마다 본 광경이었지만, 그날따라 그 줄이 내 마음에 턱하니 걸렸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이른 새벽에 나와 추위에 떨며 서 있는 모습에 어쩌면 그리도 내 마음이 짠하던지. 신호등에 걸려 그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저 분들 중에는 우리 교회 어떤 집사님도 계시고, 어떤 집사님도 계시고 ... 그러실 텐데."

맞다.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목양실로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때부터였다. 그 전까지는 새벽기도회를 마치면 집으로 가서 부족한 잠을 채우고, 좀 더 쉼을 갖고, 따스한 아침을 먹고 교회로 나왔다. 그런데 그 경험후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우리 교인들은 살겠다고,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고 꼭두새벽부터 일터로 가서 일을 하고, 또한 수입의 일부를 십일조 등 헌금으로 내는 데, 그 시간에 집에 들어가서 쉬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성도들을 위해 일 분이라도 더 기도하고, 조금이라도 더 목양사역에 정성을 기울이기 위해선 새벽기도회를 마친 후 집으로 가는 대신 목양실로 올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교인들을 위해 기도할 수 있고, 교인들에게 득이 되는 더 나은 영성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한 지 꽤 오래되었다. 이제는 아주 익숙해졌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목양실을 한 번 쳐다보고 갑니다. 목양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오래 전에 어떤 분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이른 새벽부터 불이 켜져 있는 목양실, 필자에게는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거룩한 성도들의 모임인 교회를 사랑하는 그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새벽, 목양실은 여전히 춥다. 창틈으로 들어온 바람이 차갑게 나를 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내 마음은 따스하다. 더욱 따스하다. 2024년 새해, 이 땅의 모든 목회자들의 목양 실에 주님의 영광이 임하시길 기도한다.



고병호 목사 / 발안반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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