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납하며 살기

용납하며 살기

[ 논설위원칼럼 ]

남택률 목사
2024년 01월 02일(화) 20:52
오래전에 읽고 내 낡은 서가에 꽂아놓은 '아주 특별한 우표 한 장'이라는 책이 있는데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카바노프'는 가톨릭 신부로 영혼에 감동을 주는 대중 연설가이며 여러 권의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이기도 하다. 여러 이야기 중에 '나를 기억하시나요'라는 실제 있었던 미담이 인상적이었고 '낡은 우물의 비밀'에서 물은 끊임없이 솟아 채워졌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결국 말라 죽어버린 우물 이야기로 소통이 없어 단절된 현대인의 모습을 회복시키고픈 마음도 표현했다. 무엇보다 다정한 이웃, 사랑하는 가족, 용기 있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쓰인 온기가 느껴지는 따뜻한 책이기도 하다. 책 가운데 범죄자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면서 심판을 하는 '색다른 심판'이라는 아프리카 부족의 얘기가 나온다. 남아프리카의 바벰바 부족에서는 반사회적인 범죄 행위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다 그런 행위가 일어나면 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상당히 흥미로운 의식으로 죄를 저지른 사람을 계도한다. 규범에 어긋난 행위를 저지른 부족원이 생기면 그를 마을 한가운데에 세운다. 그러면 어린아이까지 포함하여 모든 부족원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죄지은 부족원 주변으로 모여 그를 둥그렇게 에워싼다.

그 후 가운데 선 부족원이 그동안 베풀었던 선행을 차례로 돌아가면서 하나씩 말하게 한다. 그의 건설적인 속성과 능력, 선행, 친절한 행위 등 모든 것이 빠짐없이 열거된다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거나 우스갯소리는 허용되지 않고 진지하게 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말하게 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의식은 며칠을 두고 이루어진다. 부족원 모두가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되는데, 정작 그에 대한 불만이나 그가 저지른 무책임하고 반사회적 행위나 실수에 대한 비판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부족원 전체가 그의 칭찬거리를 다 찾아내면 의식이 끝나고 즐거운 축제가 벌어진다. 그리고 그 부족원은 다시 부족의 일원으로 환영받으며 되돌아온다. 결국 잘못을 저지른 부족원의 자존심을 최대로 살려 주면서, 그로 하여금 부족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회에서 범죄행위가 사라지도록 유도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람마다 장점이 있다. 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이 많은 법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못한 점만 보고, 한 번 실수로 그 사람의 전체가 평가되는 일이 많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은 사회는 끝까지 지은 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는 순간 그 조직이나 사회에서 퇴출되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수가 용납되고, 그 실수에 대해 만회하도록 기회를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니, 내가 그런 여유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현대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 무한 경쟁의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은 빠른 결론을 유보하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여유로움을 잃지 말라는 말로 읽힌다. 왜냐하면 조급한 마음이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건강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모든 면에 너무 예민하다. 생각이 너무 앞선다. 성경은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 하신다. 새해에는 가까운 이웃과 사랑하는 가족과 나 자신까지 모두 서로 용납하며 사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남택률 목사 / 광주유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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