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미션이상무! ]

정대호 목사
2024년 01월 10일(수) 17:15
전방 소초를 방문해 '크로플 위문'을 펼친 정대호 목사가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의미 있는 삶이 되려면 의미 있는 사건이 많아야 한다. 러시아어로 '사건'을 '스베티예(событие)'라고 한다. 이 말은 '함께, 공동'을 의미하는 '소(со)'와 '존재'를 의미하는 '비티예(бытие)'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그렇게 보면 사건이란 둘 이상의 존재가 함께 있으므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건이 되는데 둘 이상의 존재가 필요한 것은 혼자서는 결코 의미를 만들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어떤 일을 이루어낸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없다면 그 일은 그저 존재하는 것일 뿐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은 내 삶에 의미 있는 사건을 만들어줄 존재이기에 매우 소중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용사들이 군대에 와 있는 시간을 의미 없는 시간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 시간도 얼마든지 의미 있을 수 있다. 내 옆에 있는 전우를 내게 의미 있는 사건을 만들어줄 존재로 여기고 소중히 대해 준다면! 그리고 이것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건을 만들어줄 존재가 된다. 그렇다면 오늘 나는 나와 함께 한 전우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었는가? 이렇게 상대방을 나에게 의미를 만들어줄 존재로 소중히 여기고, 또 나는 상대방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 준다면 여러분의 군생할은 충분히 의미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필자가 용사들에게 하는 인성교육의 한 대목이다. 이처럼 함께함에서 의미 있는 사건이 발생하기에 필자는 어떻게든 장병들을 찾아가 만나려고 한다. 만남이 의미 있는 사건으로 잘 이어지는 장소는 훈련장과 생활관이다. 연대 군종장교 시절 예하 부대 야간 행군이 있을 때마다 동참하였다. 대휴식 장소에 미리 준비한 캔커피를 나누어 준 다음 부대 복귀시까지 함께 걸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군복 바지 주머니에 미니 초코바를 잔뜩 넣어서 행군하다가 지친 용사들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이것이 많이 기억에 남았는지 필자는 부대원에게 이름보다는 '맥스웰(행군 때 나눠준 캔커피 명칭) 목사님'으로 불렸다.

다음으로 주로 실시한 것은 생활관 방문이었다. 여름에는 얼린 우유와 팥을 준비해서 우유빙수를 같이 만들어 먹었고, 겨울엔 따뜻한 캔커피와 초코파이를 준비해 갔다. 재정 형편이 나은 교회에 있을 때는 피자를 준비해 가기도 하였다.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눈 후엔 간단한 협력 게임을 하고 게임과 관련된 짧은 스피치를 하였다. 그리고 언제나 기도로 마무리하였다.

군에 오기 전까진 한 번도 '목사님'을 불러 본 적이 없고 당연히 기도도 해보지 않았던 장병들이 의외로 수두룩하다. 그런 그들이 군에 와서 '목사님'을 불러보고, 처음 기도할 땐 '아멘'을 할 줄 몰라 기도 후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가 한 두 번 함께 기도하면서 자연스럽게 타이밍을 맞춰 '아멘'을 하게 되는 것은 기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교회를 전혀 경험해 보지 않았던 그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이 예수님께로 나아가는데 있어 마중물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전방 소초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병들을 만나기 위해 크로플을 굽는다. 오늘의 만남이 우리 장병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하고 하나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의미 있는 사건이 되기를 기도하며 크로플을 굽는다.



정대호 목사 / 22사단 군종참모(소령)·동해군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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