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 미션이상무! ]

정대호 목사
2024년 01월 17일(수) 08:49
파병지에서 진행된 고공강하 훈련 전 안전기도회 모습.
군목이 된 지 7년 차에 감사하게도 파병 기회가 주어져 국방협력의 임무를 수행하는 아크부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파병지에서 첫 군종활동은 고공강하 훈련 전 안전 기도회였다. 첫 훈련이고 위험한 훈련인 만큼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단장님도 함께 참여하였다. 기도를 마치고 훈련하는 모습을 참관하였는데 첫 강하자부터 착지 중에 부상을 입었고, 심지어 다른 부대원은 강하 중에 주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예비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안전기도회를 한 후에 이런저런 사고들이 발생하니 너무 민망하였다. 옆에 있던 홍보담당관이 "목사님이 기도해서 이 정도로 잘 마쳤을 겁니다"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앞으로 군종활동을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심란했다. 비록 첫 시작은 불안했지만 다른 곳에서 하나님의 일하심을 발견하게 되었다.

파병지에 와서 첫 한 달 동안 모든 부대원들과 일대일 면담을 실시하였다. 형식적인 것으로 생각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자기 고민을 잘 이야기해 주었다. 필자는 그것을 잘 정리해 두었다가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련 내용으로 안부를 물었다. 또 사전에 생일을 조사해서 생일 때마다 초콜릿과 카드에 축하 메시지를 써서 주었다.

마음을 열게 된 부대원들은 거의 날마다 찾아와 자기 이야기를 터놓았다. 파병부대는 모든 부대원들이 작은 울타리 안에서 24시간 함께 하기 때문에 속마음을 터놓을 '대나무숲'과 같은 공간이 필요했다. 또 특전부대원으로서 늘 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누군가에게 자기 고민에 대해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필자는 아예 사무실을 상담실로 만들고 언제나 편히 올 수 있도록 늘 문을 열어 두었다. 밤중에 남몰래 이야기하고 싶은 부대원들도 더러 있어 침실 문도 항상 열어 두었다.

파병 기간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와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된다는 이야기, 파병 중에 오래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잊지 못해서 괴로워하는 이야기, 팀원들 간의 불화가 있는데 팀장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 원인 모를 불면증으로 인해 고생한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슬퍼하였다.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기 전 부대원들로부터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파병 생활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노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그중에는 한국에 가서 꼭 교회에 가겠다고 말하는 부대원들도 있었다.(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이와 같은 경험을 하며 함께 삶을 나누는 것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저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슬퍼한 것뿐인데 그것으로 위로와 힘을 얻는 것을 보면서 예수님도 오셔서 바로 십자가를 지시지 않고 먼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시간을 가지신 것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함께함의 가치를 생각하며 오늘도 용기를 내어 장병들의 삶의 자리로 나가본다.





정대호 목사 / 22사단 군종참모(소령)·동해군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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