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갈등,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 전문인의눈 ] 교회 분쟁 대응 이렇게(1)

임형섭 변호사
2024년 01월 23일(화) 13:29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主)로 고백하는 공동체이며, 공동체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특징이 있다. 각자의 다양한 은사와 기질이 성령의 법으로 하나 된다면 조화로운 공동체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안에 다양한 시각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고, 이것이 크고 작은 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성경은 성도들이 세상 법정에서 송사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기도교인들은 분쟁이 발생하면 양보하고 타협함으로써 원만히 해결을 노력한다. 하지만 당사자 사이에 극한 대립과 갈등으로 부득이하게 사회 법정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렇다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한 방법일까?

먼저, 교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서로 겸손한 마음과 온유한 심정으로 자신의 의견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가급적 교회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주님의 몸된 지체로서의 교회 내 분쟁이 발생했다는 점에 대해 먼저 애통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공동체가 합심하여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령님의 교통하심으로 교회 내 분쟁을 원만히 해결해달라고 지혜를 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본질적인 것에는 일치를, 비본질적인 것에는 자유를, 그리고 모든 것에는 사랑을 주라'고 했던 성어거스틴의 말은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교회 내 분쟁이 법률 분쟁으로 확대되었을 때는 분쟁 초기부터 대응 전략을 잘 마련하여 교회 내 분쟁이 장기화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회 분쟁이 법률 분쟁까지 이르지 않고 교회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만약 부득이하게 법률 분쟁으로 확대됐다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교인들이 상처를 받아 교회를 떠나거나 교회가 분열되지 않도록 그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교회 분쟁 초기에는 중직자나 교인들이 가급적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증거 확보나 중요한 사실관계를 놓치는 일이 많다. 특히 교회의 분쟁 상황에서 상대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진영이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분일수록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떳떳하다는 생각에 초기에 증거 수집을 잘 하지 못해 오히려 사건 해결이 어렵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문제는 사회 법정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주장을 입증할만한 증거가 없다면 재판에서 승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가 상담할 때 의뢰인에게 제일 먼저 강조하는 것은 '법관은 하나님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법관은 양측 대리인이 제출한 서면과 증거만으로 판결을 선고하는 사람이지, 우리 마음을 감찰하시는 성령님과 같이 우리가 주장하지 않는 내용, 주장하더라도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내용까지 모두 고려하여 판결을 선고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가끔 법원의 판결을 보면 우리의 상식이나 일반인의 관점과 다른 판결이 선고되는데, 이는 바로 증거재판주의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교회 분쟁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증거를 수집하고, 분쟁 해결을 위한 대응 전략을 잘 세우는 것이다. 혹자는 처음부터 소송을 대비하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성경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두에 제시한 것과 같이 교회 분쟁의 가장 중요한 점은 교회 분쟁으로 인하여 공동체가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고, 흩어지거나 분열되지 않으며, 온전한 공동체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 즉 교회 공동체를 살리는 방향으로 분쟁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세는 소송 끝날 때까지 모두가 견지해야 하는 자세다. 이처럼 교회 분쟁에 있어서는 분쟁 초기부터 교회 내부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과 동시에 이 분쟁이 추후 법률 분쟁이 될 것을 염두에 두어 법적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향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분쟁 초기부터 쌍방이 법률적인 유·불리를 명확하게 알게 되어 분쟁을 장기화 하거나 격화시키지 않고 합리적인 선에서 서로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다. 이후부터 필자는 다양한 교회 분쟁 사례와 해결방법을 소개하면서, 교회 분쟁의 초기, 중기, 장기별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해결하여 궁극적으로는 교회 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교회 공동체를 살리는 길인지 함께 논의하며 방법을 찾아갈 예정이다.

임형섭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광장 종교분쟁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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