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결의,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

교회 결의, 형식과 절차도 중요하다

[ 전문인의눈 ] 교회분쟁 대응 이렇게(3)

임형섭 변호사
2024년 02월 08일(목) 13:05
지난 번 칼럼에서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가급적 교회 내에서 원만하게 해결하되, 만약 분쟁이 확대될 경우 그 유형에 따라 교회 내 재판절차를 통해 해결할지 아니면 사회 법원을 통해 해결할 사건인지 지혜롭게 분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회 법원에 소송을 하기로 결정할 경우 사건 초기 단계에서 준비할 내용과 유의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교회 분쟁 초기 단계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체크해야 할 부분은 먼저 종교단체의 결의에 있어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이다. 필자가 교회 분쟁 사건들을 다루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교회 내의 행정절차가 사회 일반의 기준과 같이 엄격하게 준수되거나 강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일반 사회단체의 경우 민법이나 정관에 따라 그 행정절차가 비교적 엄격하게 지켜지는 반면, 교회나 종교단체의 경우 관행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내용만 맞으면 법적인 절차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교회 공동의회의 경우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교인들이 교회의 지도자들을 신뢰하기 때문에 지도자가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 대체로 수긍해 일괄 박수로 승인하거나 어림잡아 과반수가 손을 들어 찬성을 표시하면 특별히 계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 결의를 통과시키는 경우를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사건건 따지기보다 은혜롭게 처리한다는 점에서 신앙적인 영역에서는 존중될 수 있지만, 법률행위의 유무효를 다투는 소송에서는 매우 경계해야 하는 모습이다.

절차적 하자와 관련해 법원은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려면, 일반적인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일반 단체보다도 종교의 자유를 좀 더 보장하는 차원에서 판결을 선고하고 있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 판결). 그러나 문제는 과연 법원이 어떠한 경우를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로 판단할지는 법관의 재량이므로 실제로 판결을 선고받기 전에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절차적인 부분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례로 A 선교단체에서 해당 단체 건물의 관리 방법을 변경하는 안을 공동의회에 부의했는데, 대다수의 회원들이 손을 들어 찬성을 표시하자 기존의 관례대로 사회자가 '만장일치'로 본 안건이 통과됐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때 반대하는 B측에서 분명히 일부 소수가 반대의사를 표시하였는데 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발표하냐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에 그 다음날 회기에서 2/3 통과로 회의록을 정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위 표결에 반대하는 B측에서 공동의회 결의가 정확한 계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공동의회 결의무효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시 공동의회에 참가한 회원들은 누가 보더라도 대다수가 찬성을 표시했고, 법원의 재판 중에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을 보더라도 최소한 과반수가 찬성을 표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필자에게 상담한 일이 있다. 필자는 법원이 결의 내용보다는 절차적 하자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A선교단체 임원들에게 법원에서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무효 판결을 선고할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지고 다음 회기 때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인 결의 및 재결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필자가 우려한대로 법원은 '해당 결의가 아무리 과반수를 넘어 다수가 찬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과반수 결의에 필요한 계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결의가 무효라고 판결했고, 결국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확정되기도 했다. 다행히 선교단체는 법률자문을 받아들여 무효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 해당 결의에 대한 추인 결의 및 재결의를 통과시켰다. 그 결과 A 선교단체가 추진하려고 했던 건물 관리 방법 변경은 적법하게 이뤄졌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교회 분쟁 발생시 초기 대응을 잘 하지 못한 결과 소송이 10년 이상 장기화 돼 교세가 크게 감소하는 사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상과 같이 교회 분쟁 초기에 실질적인 내용만 중시해 절차적인 부분을 소홀히 여길 경우 자칫 상대방이 사회 법원에 소송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고 실제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선고돼 공동체가 혼란을 겪을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법원이 절차적인 부분이 아닌 종교단체 내부 결의의 실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유무효를 판단하는 경우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임형섭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광장 종교분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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