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점(死點)'을 넘어서라

'사점(死點)'을 넘어서라

[ 논설위원칼럼 ]

리종빈 목사
2024년 02월 05일(월) 16:45
운동을 좀 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 가운데 '사점(dead point)'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특히 산행이나 마라톤을 하는 경우에 이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데,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듯하며, 거기다가 두통과 현기증까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는 그야말로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은 최악의 상태를 말한다.

이것은 운동량이 자신의 심폐기능 이상으로 많아 산소와 혈액의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던 운동이나 훈련을 멈추고,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안정을 취하려고 한다. 사점을 넘기는 것이 분명히 힘든 일이지만, 일단 이 사점을 넘어가면 성취감과 희열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때부터 몸이 그 운동에 적응이 되어 오히려 평안해 지며 쾌감을 느끼지 시작한다. 바로 이 지점을 '평안점(平安點, comfort point)'이라고 하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어떤 상황이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생각과 운동에 자신감이 붙게 된다.

신앙생활에도 이런 사점과 평안점이 있다. 연 초가 되면 한 해의 삶을 계획하면서 영적 삶의 풍성함을 기대하며 이런 저런 일들을 시도한다. 이를테면 규칙적인 기도생활, 말씀 묵상, 교회 봉사 등등 그동안 소홀히 했던 부분들에 열심을 내기 시작한다. 그런데 평소에 이런 것 아니라도 할 일이 많았던 터라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이런 일들이 점점 벅찬 일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영적인 활동을 줄이거나 포기한다. 그런 것은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앙의 사점을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그 지점에서 주저앉아버리다 보니 좀처럼 영적인 평안점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요즘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대부분 이렇다. 주님을 따르는데 필수품인 십자가를 자꾸 내려놓으려고 한다. 십자가를 지고 서 있는 것만 해도 벅찬데 지고 움직이려고 하니까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이제는 주님을 따르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힘들게 봉사하는데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경제적으로 오히려 힘들기만 하니 포기하려고 한다. 그러나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다 보면 마침내 평안한 점이 나올 것이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과 풍성한 은혜를 경험하게 된다.

그 맛을 안 사람은 이제 멈출 수 없다. 자신의 삶이 섬김과 나눔과 영적 에너지를 선한 곳에 사용하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금년 한 해 매일 스스로의 '사점'을 정해놓고 그것을 넘기는 연습을 해보자. 평소에 영적 분량을 충족시키지 못한 삶에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면 초반에는 과부하가 걸려 그만두고 싶은 느낌이 드는 사점이 찾아온다. 그러나 이 사점을 넘기면 여유를 찾게 되고 오히려 영적 삶을 이어가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섬김과 나눔으로 인한 차원이 다른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 맛이 진정한 신앙의 맛이 아닐까? 우리 모두가 신앙의 사점을 넘어 평안점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란다.

리종빈 목사 / 광주벧엘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