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시대, 교회의 역할은?

기술 시대, 교회의 역할은?

[ 기자수첩 ]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2월 05일(월) 08:24
"당신들은 사람들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었고, 손에 피를 묻히고 있습니다."

지난 1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 틱톡, 디스코드 등 거대 소셜미디어 최고경영자들을 질타했다.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를 주제로 열린 이번 청문회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아동·청소년들의 성착취·폭력 등 범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상 아동 성학대물 신고는 지난해 3600만여 건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사용자 간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며 세계를 한층 더 가깝게 만든 소셜미디어. 그러나 이러한 점이 범죄의 도구로 악용됐다. 이번 청문회는 기술이 가진 양면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기술·서비스들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고 발전한다. 지난 1월 28일에는 일론 머스크의 뇌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최초로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했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것들이 펼쳐갈 가능성이 기대되는 한편, 소셜미디어처럼 어떻게 악용되어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통 받게 할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무엇보다 발전의 속도가 너무 빨라 사회가 미처 그 기술이 가져올 위험을 충분히 숙고하고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러한 시대적 도전 가운데 교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최근 기술시대의 도전에 대한 교회의 응답을 모색하는 신학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월 29일 연세대에서 열린 백양세미나에서는 교회가 기술의 어두운 측면에 집중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표한 이민형 교수(성결대 파이데이아 학부)는 "교회는 기술이 만들어내는 불평등한 구조나 소외된 사람들, 삶의 왜곡을 집중 조명하고 이를 지적할 공동체"라며 교회가 효율성과 편리성만을 지향하는 기술 발전 논리에 대안적 담론을 형성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는 늘 세상 한가운데서 시대의 도전에 응답하며, 대안적 공동체로서 자리해왔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그 유익과 폐해가 공존하는 오늘날 교회는 복음 안에서 어떤 대안적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까? 시대적 도전에 응답하기 위한 신학적 숙고와 그것을 전하기 위한 충분한 목회적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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