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교회 재판, 동시에 진행된다면

사회와 교회 재판, 동시에 진행된다면

[ 전문인의눈 ] 교회분쟁 대응 이렇게(4)

임형섭 변호사
2024년 02월 20일(화) 16:47
지난 번 칼럼까지는 교회 분쟁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즉 분쟁이 발생하면 먼저 분쟁 유형에 맞는 적절한 대응법을 찾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절차적 하자가 없도록 하고 분쟁의 장기화를 막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교회 분쟁이 중기에 이르렀을 때 필요한 소송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다른 분쟁과 달리 교회 분쟁은 사회 법원 소송과 함께 교회 내 재판절차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교회 대표자(담임목사) 지위를 부정하기 위한 사회 법원의 소송과 함께 교회 대표자의 지위를 부정하는 교인들에 대한 교회 내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법원도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교회 내 재판 결과를 존중하는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는 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교회 분쟁 발생시 사회 법원에서의 소송대응 뿐만 아니라 교단 내 재판절차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법률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교회 내 재판은 사회 법원의 판결과 달리 그 기본적인 성격이 '치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일반적인 법리와는 다른 판결을 종종 선고하기 때문이다. 교회법과 교회의 특성을 간과하고 일반적인 법리로만 소송을 진행하다 패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사회 법원의 경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최소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사이에 교인들은 총회 또는 노회의 개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교회 내 재판 또는 화해중재위원회를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분쟁 초기에 잘 대응하더라도 분쟁이 중기에 이르면, 사회 법원의 소송과 교회 내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쟁 중기 단계에서의 전략적 선택도 중요하다. 의뢰인 입장에서 보면 먼저 사회 법원의 판결이 유리할지, 교회 내 재판이 유리할지 분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회 법원 판결이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의 재판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해 교회 내 재판이 사회 법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반면 사회 법원 판결이 유리하다고 판단되지 않을 경우, 최대한 교회 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교회 내 재판 결과가 사회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 때 사회 법원 판결이 유리할지, 교회 내 재판이 유리할지는 사건 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사회 법원이 교회 내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법리에 따라 판결을 선고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실례로 A교회의 B 담임목사에 대한 청빙결의가 무효임을 확인하는 총회 재판국 판결이 있었으나, 이후 총회 재심 재판국은 위 판결을 번복하고 B담임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 이후 A교회는 B 담임목사에 대한 제2차 청빙결의를 다시 진행했고, 총회 재판국은 제2차 청빙결의에 대해서도 청빙결의 무효 판결을 선고했으나, 또 다시 총회 재심 재판국에서 위 판결을 번복하고 2차 청빙결의가 적법하다고 한 사례가 있었다. 처음에 법원은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존중하여 B담임목사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해 그 직무를 정지시켰으나, 총회 재판국과 재심 재판국의 판결이 계속 엇갈리자 위 직무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하고, B가 제기한 총회 재판국 판결의 무효확인청구를 인용해준 사례가 있다. 더 나아가 법원은 총회가 B의 A교회 대표자로서의 권한행사와 업무수행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판결을 선고하기도 했다.

결국 법원은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종교단체 스스로 결정을 번복하는 등 분쟁을 해결할 능력이 없고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경우, 법원이 나서서 종교행위의 유무효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법원이 종교단체 치리권 행사의 유무효를 판단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총회의 권위를 훼손할 수도 있는 일이기에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교단 총회 스스로 모순되는 행위를 반복할 경우 오히려 분쟁을 격화시키고 사회 법원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교회 분쟁 중기 단계에서의 소송 전략의 중요성과 법원이 종교단체 내부 결정에 대해서도 유무효를 판단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칼럼에서는 교회 분쟁의 말기에 있어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해보겠다.

임형섭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광장 종교분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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