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서 멈추는 용기도 필요

중간에서 멈추는 용기도 필요

[ 전문인의눈 ] 교회분쟁 대응 이렇게(5)

임형섭 변호사
2024년 02월 27일(화) 09:59
교회 분쟁의 특성상 법원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된다. 그 이유는 지난 번 칼럼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소송 중간에 교회 또는 교단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져서 소송 중에도 교단 내 수습전권위원회나 화해중재위원회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본적으로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화해중재위원회나 수습전권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해당 절차에서 해결될 때까지 판결 선고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한편 법원도 해당 사건이 종교분쟁일 경우 일도양단(一刀兩斷)식의 판결을 선고하기 보다는 조정이나 화해가 적합하다고 보아 자체 판단으로 기독교화해중재원에 조정을 회부하거나 법원 스스로 수소법원을 지정하여 조정절차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법원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되기까지는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필자가 소송을 진행한 사건 중에 1심 선고 시까지 2~3년 정도 걸리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문제는 법원이 법리적인 판단을 거쳐 1심 판결을 선고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심, 3심에서 변경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즉 법원의 판결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이기 때문에 법원이 채용한 증거에 중대한 오류가 있지 않는 한 그 법리적 판단은 상소를 하더라도 대동소이하다. 물론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 1심 법원에서 패소한 사건을 2심에서 새로운 법리를 개발하여 뒤집은 후 대법원까지 가서 승소한 사례가 있지만 그 경우 해박한 교회법에 대한 이해와 철저한 법리 연구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일반 사건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1심 법원이 증거법칙에 따라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면, 우리 측 입장이건 상대방 입장이건 자신의 신념이나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겸손하게 1심 판결을 객관적으로 검토하여 해당 사건의 승소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그래서 패소한 측에서는 항소하더라도 승소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무리하게 소송을 대법원까지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누차 강조하듯이, 교회 분쟁에서의 가장 큰 미덕은 분쟁의 장기화를 막고 속전속결로 해결함으로써 교회 공동체가 분열되거나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회 분쟁의 경우 처음에는 나름의 공명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점차 지나가면서 분쟁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상대방으로 인한 상처,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으로 인해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1심에서 패소하여 승소가능성이 없음에도 대법원까지 끝까지 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 경우 소위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다. 필자도 직업적인 변호사로서는 분쟁이 많아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지만,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는 이미 정해진 결론임에도 무리하게 분쟁을 장기화시키는 모습을 보면서 애통함을 느낀다.

그래서 필자는 교회 분쟁을 시작함에 있어 양측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되, 만약 부득이 소송으로 가게 된다면 '소송은 1심까지만 하고, 1심 법원의 판단에 중대한 오류가 없다면 이에 승복하기로 한다'는 등의 신사협정을 맺는 것을 양측에 제안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과거와 다르게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선진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분쟁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명확한 법리적인 판단이 있음에도 무리하게 분쟁을 끌고 가서 교회를 분열시키고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오히려 소송을 제기하는 것 보다 더 나쁠 일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교회 분쟁을 하는 양 당사자들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분쟁을 최소화 하는 장치를 미리 만들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특히 필자는 교회 분쟁 사건을 의뢰하기 위해 찾아오는 의뢰인들에게 가급적 정확하고 객관적인 의견을 주어 우리 측의 유불리한 측면을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의뢰인을 위해 법리를 개발하여 최대한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만약 우리 측이 최종적으로 승소하여 모든 분쟁이 종료되었을 경우, 반드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정신으로 상대방을 용서하고 포용해주기를 의뢰인들로부터 다짐받거나 해당 조건을 걸고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도 있다.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이 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싸움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공중의 공중권세 잡은 자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양심을 가지고 1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가 없다면 분쟁을 장기화시키지 말고 중간에서 멈추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리고 견해가 달라 시작된 교회 분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승소한 측에서 상대방도 용서하고 화해하는 정신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임형섭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광장 종교분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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