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재단의 중요성과 유의점<상>

유지재단의 중요성과 유의점<상>

[ 전문인의눈 ] 교회분쟁 대응 이렇게(6)

임형섭 변호사
2024년 03월 05일(화) 09:29
지난 칼럼에서는 교회 분쟁의 초기, 중기, 말기의 대응방안과 소송전략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이제 마지막 주제로 교회 분쟁에 있어 유지재단의 중요성과 유의할 점에 대해 강조하면서 본 칼럼을 정리하고자 한다.

장로교회는 각 지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교단 내 통일적인 신앙생활을 도모하고 교인들 사이의 종교적 일체감을 형성하기 위한 교회조직의 원리로서 민주적 '대의정체'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장로교회는 개별 지교회의 '당회', 각 당회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노회', 각 노회의 대표자들로 구성된 '총회'로 이루어지는 대의정치구조 하에서 개별 지교회의 기본재산을 상위 치리회인 노회의 유지재단에 명의신탁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유지재단 제도는 신앙을 공유하는 교단 내에서 각 지교회가 대의제에 기초하여 노회의 치리권 행사에 따르며 협력을 추구하겠다는 결단임과 동시에 지교회의 대표자가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는 등 전횡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확립되었다.

이처럼 유지재단은 교회들의 협력과 교회 재산 보호라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음에도, 각 지교회에서 그 중요성을 잘 인식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A교회의 경우 청빙위원회를 거쳐 B목사를 청빙하였으나 이후 B목사의 추문과 허위 이력이 밝혀졌다. A교회의 수석장로는 이 문제를 발견하고 교회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B목사에게 조용히 사직할 것을 제안했고, B목사도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며 다만 신변정리를 위해 6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A교회 수석장로는 B목사의 사정이 딱하여 6개월의 시간을 주었으나, 그 사이 B목사는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과 장로들을 규합하여 오히려 A교회의 수석장로를 제명하는 조치를 하였다. 이에 A교회의 수석장로는 B목사의 비위행위를 공론화하여 총회 재판에 회부하였으나, 이미 A교회의 대다수 교인들을 포섭한 B목사는 교단 총회 재판에도 불구하고 사임하지 않고 분쟁을 이어갔다. 급기야 B목사는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과 함께 공동의회에서 교단 탈퇴 결의를 하였다. 그런데 만약 이때 A교회가 노회유지재단에 교회 재산을 명의신탁하지 않았다면, 이번 교단 탈퇴 결의로 B목사가 A교회의 예배당과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C교회의 경우 교회 건축을 마무리 한 후 D목사가 은퇴할 시점에 타교단인 E교회의 F목사로부터 교회 합병을 제안 받았다. 당시 C교회는 예배당이 있지만 교인이 노령화된 상태였고, E교회는 젊은 교인들이 많았으나 예배당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D목사는 C교회와 E교회가 합병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하여 합병하기로 결정한다(타교단과의 합병은 소속 교단 헌법상 불법이었기 때문에 사실상의 합병을 말한다). 그런데 합병 이후 E교회가 표변하여 E교회 교인들이 F목사를 중심으로 자신들끼리만 모이면서 C교회의 D목사를 배척했고,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D목사를 형사고소하여 내쫓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는 사이 E교회는 기존 C교회 교인들을 일부 회유하여 타교단 목사인 F목사를 담임목사로 하여 C교회의 예배당을 점거하였다. 결국 D목사의 경우 한 평생 C교회 건축을 위해 헌신하다가 말년에는 교회 예배당을 타교단 교인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만약 이때도 C교회가 교회 예배당을 노회유지재단에 명의신탁하지 않았다면, C교회가 건축한 교회 예배당이 고스란히 타교단인 E교회 교인들에게 빼앗길 뻔 한 것이다.

임형섭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광장 종교분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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