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거장의 사랑과 평화의 파노라마

100세 거장의 사랑과 평화의 파노라마

'오사카 파노라마' 전... ‘겟세마네에서의 기도’ 등 성화도 다수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3월 17일(일) 07:49
그림자 회화(카게에)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전시 '오사카 파노라마'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특히 성화코너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올해 100세를 맞은 후지시로는 성화작업을 "일생의 과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화 100점 이상의 작품을 작업했다.

"성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크기와 무게에 압도되어 어떻게 시각적으로 호소할지 그 핵심을 파악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많은 고민을 하며 작업했다"는 작가는 특히 '천지창조' 연작을 작업하는 11년 간, 몸과 마음 속에 서서히 성서의 메시지를 체화해 나갔다고 고백하며 "작업을 통해 만물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위대함, 성경이 지닌 깊은 의미와 인생의 지침, 경고와 희망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최후의 만찬''십자가의 예수' 등을 소개한다.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게를뢰프의 '진홍가슴새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시리즈 작품 다섯점도 만나볼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이마에서 면류관 가시를 뽑는 순간 잿빛의 새가 빨간 피로 물들어 진홍가슴새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고통을 공감하는 사랑의 위대함,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는 희생은 보상을 받는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카게에로 독보적인 작가의 길을 걸어온 후지시로 세이지가 한 세기에 걸쳐 전하는 메시지는 사랑과 평화, 공생이다. 이 땅 위의 모든 인류가 사랑과 평화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 이것이 그의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다. 빛과 그림자로 완성하는 카게에의 상징성은 흑과 백의 대비 안에서, 빛의 탄생으로부터 출발하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밖에도 이번 전시회에는 조선 설화를 다시 읽고 재제작한 '선녀와 나무꾼' 작품 시리즈 14점과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비롯한 대표작 2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 거장의 탄생을 알리는 모노크롬 시리즈 '서유기'와 '목단기' 시리즈를 비롯해 일본의 국민작가이자 세계적인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첼로 켜는 고슈''은하철도의 밤' '구스코부도리 전기' 등을 소개한다. 또 우리에게 익숙한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후지시로는 이번 전시를 앞두고 열흘에 걸쳐 '선녀와 나무꾼' 열두 작품을 새로 제작했다. 이번 한국전이 가장 의미를 두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전시라고 밝힌 작가는 전시 도면까지 직접 그릴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 작가는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원한다"면서 "한 세기에 걸친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한편 주최측은 교회서 단체 관람을 원할 경우 구매 금액에 5%를 해당 교회로 헌금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는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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