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나아갈 길 비추는 교회

사회가 나아갈 길 비추는 교회

[ 기자수첩 ]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4월 01일(월) 08:00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어느덧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선거지만, 선거철을 보내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풍경은 봄꽃이 만개한 자연과는 다르게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언론에서는 정치인들의 상대방 진영을 향한 네거티브 공방이 연일 보도되고, SNS에서는 상대 진영 정치인과 지지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진영 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며 존중과 이해, 협력과 같은 가치들은 어느샌가 선거철에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한국 사회의 갈등 수준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지만, 특히 이념·정치성향에 있어선 더욱 그렇다. 올해 초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는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는 데 약 86%의 국민들이 동의하며, 여러 집단 중에서도 가장 갈등이 심각한 집단으로 선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하는 선거철, 한국기독교의 모습은 어떠한지 또 어떠해야 할지 돌아보게 된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많은 기독교 단체들이 정책제안, 토론회,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다. 이런 현장들을 취재할 때마다 기독교적 가치들을 정치 속에 담아내려는 고민과 노력이 인상적이면서도 늘 아쉬움이 드는 점이 있다. 바로 그런 자리들이 다양한 의견이 공유되고 논의되는 장이기보다는 같은 정치성향을 가진 이들끼리 모여 진행되는 결집의 자리, '그들만의 잔치'인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행사 내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조롱 섞인 농담이 오고가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서 시대의 도전에 응답하며 대안적 공동체로서 자리해왔다. 과거 1900년대 초 신분제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기, 머슴이 그 주인보다 먼저 장로가 되고 장로로 추대된 머슴을 정성껏 섬겼던 주인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갈등과 양극화로 얼룩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한국교회 대안적 공동체로서 제시해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존중과 이해, 협력과 같은 가치들이 아닐까? 나와는 다른 정치성향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존중 아래 서로의 의견을 모아가는 건강한 모습이 한국기독교 안에 있다면 또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갈등과 양극화 시대 속 맞이하는 선거철, 다시 한번 세상의 흐름에 맞서 교회가 어떻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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