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윌스토어의 설립자 에드거 헬름스 목사의 초심

굿윌스토어의 설립자 에드거 헬름스 목사의 초심

[ 현장칼럼 ]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
2024년 05월 03일(금) 08:42
에드거 헬름즈(Edgar Helms) 목사는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1863년, 뉴욕의 말론(Malone)이라는 마을의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이가 농부가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와 목사가 되기를 희망하던 어머니의 양육을 통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는 바라던 코넬 대학에 입학하기 전 마을 부흥회를 통해 특별한 하나님을 체험하고 예수님을 영접하였다.

언변과 글쓰기에 능했던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 즈음 정치가가 되기를 바랐으나 결국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인도의 선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길이 막히면서 인구 중 이민자가 97%나 되는 보스턴 사우스 앤드의 모건메모리얼 교회에 부임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갓 건너온 이민자들은 영어를 하지 못했고, 열악한 환경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종교를 섬기고 있었고 개신교인의 비율은 5%가 되지 않았다.

헬름즈 목사는 그곳을 선교지로 생각하고 사역을 시작했다. 그는 먼저 이민자의 아이들에게 눈을 돌렸는데, 수많은 술집들과 매음굴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낡고 더러운 교회를 고치고 청소해 아이들을 위한 장소로 바꾸었다. 영유아들을 위한 보금자리와 청소년을 위한 야간기술학교, 세계 공통어인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학교를 만들었다.

그렇게 사역을 하던 그는 불황이 닥친 미국 경제로 인해 난방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굶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헬름즈 목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부유한 사회 고위층들을 설득해 모금한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을 사주고 집세를 대신 내주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도움은 한두 번만 가능했고 본질적인 해결방법이 아닌 것을 깨닫게 되었다.

헬름즈 목사는 부자들로부터 돈 대신 버리는 옷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모은 옷들을 교회 예배당 한가운데 쌓아놓고 옷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떼로 몰려든 사람들은 서로 물건을 가져가려고 싸웠고, 자신은 필요도 없는 물건을 마구 담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헬름즈 목사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물건을 전달할 다른 방법을 찾게 되었다.

수거한 물품을 개별로 나누어 주고 있던 어느 날, 외투가 필요했던 한 여성에게 옷을 전달하던 헬름즈 목사는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듣게 되었다. 그 여성은 "저희가 가난한 건 맞지만 코트값은 얼마라도 지불하고 싶습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헬름즈 목사는 그때 사람들은 거저 받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한 여성의 자존심을 빼앗을 뻔 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때부터 굿윌을 계획한 헬름즈 목사는 굿윌스토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급여를 지불하고 남는 돈으로는 기술학교를 만들어 숙련된 일꾼들을 키워내는 일을 하게 되었다. 헬름즈 목사는 1942년 그가 죽을 때까지 굿윌에 매진했으며 미국 전역으로 굿윌 운동을 전개하였다. 해외에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 생각한 그는 일본, 한국, 호주, 스리랑카, 인도, 우르과이, 페루, 베네수엘라, 콜롬비아를 방문하여 굿윌운동을 전개하였다. 120년이 지난 지금, 굿윌은 미국과 캐나다에 350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해에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통한 자립을 돕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를 도울 때 도움을 받는 사람의 기분이나 정서를 살피지 않고 돕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굿윌은 남을 돕되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세워가며 돕는다는 기본 원리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본인의 의사대로 인생을 살 수 있는 삶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굿윌이 하고 있는 일이다.

헬름즈 목사는 죽기 전 '굿윌에서 신앙적인 원동력이 사라지면 굿윌운동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도 굿윌의 원리를 성경에서 찾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밀알복지재단의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굿윌스토어는 한국에서 교회와 교인들의 도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에드거 헬름스 목사의 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신앙 안에서 발달장애인들의 자존감 회복과 자립을 위해 힘쓰는 굿윌스토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홍세원 굿윌기획본부장(밀알복지재단 굿윌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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