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효과

선점효과

[ 목양칼럼 ]

김웅식 목사
2024년 05월 02일(목) 14:36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풀과 잡초이다.

봄부터 찬바람이 부는 처서까지는 풀과의 전쟁으로 악전고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풀과의 전쟁 돌입으로 바쁜 농사철을 맞이하는 농부들의 마음은 언제나 비장해진다. 풀과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쓰는 것을 보면 풀이 농민들의 몸과 마음을 무척 고단하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풀을 한방에 없애기 위해 원자폭탄처럼 강력한 제초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도 영구적이 아닌 일시적인 처방이기에 잡초야말로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농촌이라는 현실은 도시 사람들의 상상처럼 전원적이거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대를 이어서 농사를 짓겠다고하면 자식농사에 실패했다고 여기는 현실이 그것을 반증한다. 차라리 도회지에 나가서 배달이라도 하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 이러한 농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교회에까지 영향을 미쳐 농촌교회는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의 미자립 못지 않게 부정적 사고가 장애물인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못하게 할뿐더러 무슨 일을 만나거나, 무엇을 시도하는 일에 두려움과 불안만을 야기 시킨다.

하지만 풀과 잡초로 무성한 생각들을 기경하고 새로운 믿음의 역사를 쓰겠다는 생각의 선점은 아름답고 건강한 농촌교회를 일구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이 분명하다.

가끔은 잡초와 풀과같은 생각들이 무성하기 전에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 안에서 이런 생각의 선점을 해 본다. 예컨대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해보자', '지금까지 주저주저 했던 것을 해보자', '지금까지 부정적으로만 봤던 것을 해보자', '지금까지 성취하지 못했던 것을 해보자'라는 생각의 선점이 교회의 환경에는 따뜻하고 신선한 분위기를 신앙생활에는 영적인 새 힘과 열정을 불어 넣어주곤 한다.

지금도 농촌목회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지만 앞서서 농촌에서 헌신한 선배 목사님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다. 예전의 목사님들이 겪으셨던 이야기들을 어르신들이 들려 주실때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교인이 키우는 강아지를 심방 나온 목사 부인이 너무 귀여워하는 모습을 보고 교인이 강아지 한 마리 사왔다고 한다. 그런데 몇일이 안 돼 그 강아지가 교인에게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교인이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더니 "두 사람 먹을 밥도 없는데 개까지 생겨서…"하며 난감해 하더라는 것이다. 이처럼 앞서서 농촌 목회를 하신 선배 목사님들은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도 순종을 우선순위로 삼고 선점해야 하겠지만 사람과의 관계도 만만치않다. 농촌지역은 사람과의 관계가 전도와 직결되길 때문에 더욱 신중하다. 어디서나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이 두 마디를 선점하지 못하기에 관계가 깨지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본다. 감사할 때 감사합니다의 선점과 잘못했을 때 미안합니다의 선점이 사람과의 관계를 화평함과 화목으로 진전시켜주는 데도 말이다.

오늘날 농촌의 현실이 아무리 열악하더라도 풀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햇볕을 선점하듯 하늘의 생각으로 인간적 사고를 선점하며, 사람이 원하는 것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에 순종으로 선점할 때에 분명 사막이 낙원되는 역사가 농촌교회 안에서도 분명히 일어날 줄 믿는다.

김웅식 목사 / 범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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