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는 不목사?'

'부목사는 不목사?'

[ 마이너리티 리포트 ] <마이너리티리포트> 부목사들의 애환 귀기울여 주세요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0년 07월 28일(수) 10:12

부목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넌센스 퀴즈 하나. "부목사의 한자 표기는 '부(副)'목사일까, '부(不)'목사일까?"
 
위의 넌센스 퀴즈는 간단한 우스개 소리 같지만 이러한 자조섞인 농담을 주고받는 부목사들의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뼈 있는 농담'이다.
 
국립국어원의 사전에 따르면 부목사(副牧師)는 '기독교에서, 담임목사를 도와서 교회의 일을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언어적으로는 부목사의 정체성이 분명한데 현실에서의 부목사의 정체성은 사전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평생 헌신을 다짐한 안수받은 목사인 것은 확실한데 아직 자신의 목회를 할 수는 없고, 담임목사의 명령에 절대 충성하며 24시간이 짧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지만 근로자는 아닌, 모호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바로 부목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계질서가 분명한 한국교회의 분위기 속에서 부목사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양성적으로 꺼내놓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목사들은 자신들의 문제를 꺼내놓는 것은 교회에 덕을 세우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 감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8ㆍ15광복 전에는 부목사에 대한 뚜렷한 규정이 없었으며, 다만 장로교에서는 동사목사(同事牧師)가 있어 오늘날 부목사의 기능을 담당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교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담임목사의 능력의 능력만으로는 성도들의 필요나 교회의 사역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지면서 부목사의 필요가 생긴 것.
 
최근에는 목회에서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행정목사, 교육목사, 선교목사, 심방목사 등으로도 구분될 정도로 부목사의 영역도 전문화ㆍ분업화되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장로교회(PCUSA)에서는 부목사임에도 불구하고 노회원들에게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노회장을 맡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부목사의 사역과 형태는 전문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목사들의 현실은 특정사역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이기보다는 담임목사의 비서 혹은 조력자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 부목사들의 고유한 위치는 어디?

 
많은 부목사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토로하는 점은 그 위치와 한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 한국교회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한 위계질서가 고착화되어 있기 부목사는 고유한 목사의 자리를 확보해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목사는 담임목사와 동역자의 관계보다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가 더 많기 부목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회철학을 상호조화 속에서 녹여내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담임목사의 목양 방침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그것이 자신의 생각과 상이하다고 해도 부목사는 담임목사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은 서울의 한 중형교회 부목사의 이야기다. 2년 전 1천명 남짓의 중형교회 부목사로 청빙되어 사역을 시작한 K목사는 요즘 담임목사와 자신이 추구하는 목회스타일이 달라 교회로 출근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다. '완전한 헌신'을 강조하는 불도저 스타일의 담임목사의 목회방침 때문에 부목사들은 오전 5시 30분 새벽기도를 시작으로 밤 10시까지 업무를 보다가 퇴근이 늦어지는 경우가 허다해 가정에서도 불만이 많다. 게다가 교인들이나 부교역자들이 잦은 행사로 인해 엄청난 피로감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담임목사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이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있다. 무리하게 사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성도들이 상처를 입고 교회를 옮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새로 들어오는 초신자가 더 많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이다. K목사는 "여러 성도들과 부교역자들이 직간접적으로 담임목사님께 조언을 하고는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만 약간 수긍을 하는 모습을 보일 뿐이고 내일이 되면 마찬가지"라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담임목사님께 상처를 받은 교인들이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하지만 부목사의 처지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K목사는 내년에는 사역지를 옮길 생각이다.

# 고용불안으로 인한 한숨 깊어

 
고용불안에 따른 진로 모색도 부목사들의 큰 스트레스 중 하나다. 대부분의 부목사들은 40대 초중반이 되면 대내외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는다. 부목사들 사이에서는 '정년'이라고 불리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정책당회에서 내년도에 청빙을 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통보받은 부목사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타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나가는 경우와 교회 개척, 그리고 다시 타교회의 부목사로 들어가는 경우 정도다. 그러나 요즘같이 목회자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 담임목사로 청빙받는 것은 쉽지 않고, 교회 개척의 경우도 웬만한 결심이 없으면 섣불리 엄두를 내기 어렵다. 대형교회의 경우는 지교회 개척 형태로 부목사를 배려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이러한 여력이 없다.
 
또한, 타교회 부목사 자리에 원서를 내더라도 나이 많은 부목사를 꺼리는 교회가 많기 때문에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목회활동을 잠시 쉬게 되는 부목사는 이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다.
 
이외에도 많은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사임하는 경우 후임 담임목사를 위해 교역자들은 일괄 사표를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어떤 경우에는 뛰어난 능력으로 교인들의 신임을 너무 받아 담임목사의 견제를 견디다 못해 사임하는 경우도 있다.

# 부목사들도 88만원 세대?
 
또한 많은 부목사들은 사역을 하고 있더라도 저임금으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성직자라는 인식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양성적으로 드러내놓고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이러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 성도들은 대부분의 부목사들이 사택을 제공 받는데 무슨 문제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 실제 중형교회 이하 수준의 교회에서는 최저생계비를 겨우 넘길만한 수준의 월급이 제공되는 곳도 많다. 부목사들은 석사 이상의 학력으로, 사회로 따지자면 고학력자들임에도 이들의 임금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 2005년 사회법정의 판례에서 부목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일부 교회에서는 부목사가 업무 중 부상 혹은 사망을 당하는 경우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아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일반 성도들과 이러한 경험을 고수란히 겪어 온 담임목사들조차 부목사들의 생활고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여성 부목사들의 상황 더 열악해 

여성 부목사들의 현실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하다. 한국교회 분위기 상 일반교회에서는 여성 부목사의 청빙을 꺼려 임지를 찾는 것이 남성 부목사들에 비해 더 어렵고 청빙을 받았다고 해도 사역의 범위가 교육과 심방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회에서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교의 기회가 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게 주어진다. 또한, 월급에서도 똑같은 경력을 가졌다 해도 차별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외에도 여성 부목사들은 남성 동료 교역자들, 특히 후배 교역자들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갈등이 많이 불거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비록 1994년 본교단의 여성안수가 허락은 됐지만 여성 부목사를 꺼리는 한국교회의 분위기를 의식해 일부러 전도사로 남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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