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왜 협동조합에 주목하는가?

교회, 왜 협동조합에 주목하는가?

[ 교계 ]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3년 03월 29일(금) 16:53

상생 통한 '치유'와 '화해', 생명공동체 회복의 길
교회의 대사회적 이미지 제고 기대
선교ㆍ사회봉사에 적용, 신학적 정립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교회의 선교적 과제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 교회 내부적으로 선교와 사회봉사 사역에 어떻게 이를 적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본교단의 경우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운동 10년'을 추진하면서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구조를 총회와 노회, 산하 교회에 접목시키려는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본보는 5회에 걸쳐 교회와 협동조합에 대한 기획을 통해 교회에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순서
①교회, 왜 협동조합에 주목하는가?
②협동조합의 역사 속에 기독교가 있다.
③협동조합의 성공사례 
④교계 협동조합의 사례
⑤협동조합, 선교현장에 어떻게 적용할까?
 

   

지난 3월 27일 '2013 협동조합 국제심포지엄'이 열린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 이 심포지엄에는 본교단 총무, 국장 및 간사급 실무자 12명이 참석해 2박3일간 강의를 들었다.
 
이들은 이 심포지엄에 참석해 협동조합에 대한 다양한 강의를 들으며 본교단 총회와 산하교회의 정책과 사역에 '협동조합'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본교단 실무자의의 국제심포지엄 참가 이외에도 교계는 최근 잇따라 협동조합과 관련된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교회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교단 총회 국내선교부와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지난해 8월 20~23일 '지역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목회자ㆍ신학생 워크숍'에서 협동조합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23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협동조합과 교회' 심포지엄을 가졌고, 올해 1월 19일 기독청년의료인회가 '협동조합운동과 기독교사상'을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이외에도 교계에서는 올 한해 협동조합과 관련된 행사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교회가 최근 이토록 협동조합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교회와 협동조합의 접점 찾기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지난 1995년에 작성한 '협동조합 정체성 선언문'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통해 공동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의 자율적 단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협동조합은 '자조', '협동', '상생', '평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또한, 최근 신자유주의로 인한 시장의 위기와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빈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근로자이며 동시에 소유주이고, 이윤 창출의 극대화가 목표가 아니라 경쟁과 협동을 강조하며, 돈 보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에 교회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자조', '협동', '상생',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사랑'과 '정의'의 바탕 위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갖는 교회의 가치 사이에 일치하는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기 본교단 총회가 '그리스도인, 작은 이들의 벗'이라는 주제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이러한 기조가 교계 전체에 영향을 미쳐, 교계 전체에 작은 이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특히 본교단은 '작은 이들의 벗 캠페인'과 함께 이번 회기부터 '치유와 화해의 생명공동체 운동 10년'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협동조합의 가치인 '자조', '협동', '상생', '평등'이 치유와 화해를 위한 핵심 키워드가 일맥상통하고 있음을 보게된다.
 
본교단 사무총장 이홍정목사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실제적인 프로그램이 총회와 산하 교회에서 시행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각 부서의 총무와 간사들이 이번 협동조합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각 부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제적인 아이디어들이 도출되어 교인들과 작은 이들에게 치유와 화해의 가치를 전달하고 생명공동체를 형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교회가 협동조합의 발전 견인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협동조합이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이 정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깨어있는 신앙인들과 교회의 덕이 크다. 1920~30년대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지식인들이 농촌운동을 펼치면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협동조합운동을 전개해나갈 때, 교계에서는 YMCA와 장로교에서 덴마크 협동조합의 영향을 받아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했다. 1929년에는 장로교 총회 농촌부에서 공동구매와 공동판매까지 포함된 중앙신용조합을 설립했고, 감리교와 YMCA에서도 농촌운동을 전개했다. 그러나 일본은 협동조합운동을 반일운동으로 여겨 지도급 인사들을 체포해 더 이상 발전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8년 충남 홍성에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를 설립한 이찬갑은 풀무소비자조합을 결성했고, 이후 1960년 부산에서는 수녀들에 의해 성가신용협동조합이 결성됐다. 또한, 우리나라 협동조합 운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원주에서 지학순 주교와의 교감 하에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가톨릭 교인 35명과 함께 강원도 최초의 협동조합인 원주신용협동조합을 만들었다.
 
1969년 본교단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전신인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에서는 조지송 목사에 의해 '영등포산업개발신용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금도 신용협동조합 '다람지회'와 먹거리협동조합인 '서로살림생협', 의료생활협동조합인 '서울의료생활협동조합'을 운영, 활발한 협동조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995년에는 영세소농인 농촌교인들에 대한 선교의 일환으로 본교단에서는 예장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농촌의 생산자 교회와 도시의 소비자 교회를 연결해주기도 했다. 감리교에서도 1999년에 농도생활협동조합을 만들어 협동조합 운동을 함께 이끌었다.
 
# 협동조합에 대한 연구 더욱 활발해져야
 
현재 세계는 최근 불어닥친 세계경제의 위기에 대한 해답을 협동조합에서 찾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됨과 동시에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교회는 협동조합이 교회가 대사회적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하나의 매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25~27일 열린 협동조합 국제 심포지엄 조직위원인 김용복 박사(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는 "한국교회는 협동조합 정신과 기독교 신앙, 그리고 교회 사역과의 접점을 찾는 연구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교인들에게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교회나 교계 단체별로 선교와 사회봉사에 협동조합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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