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나무들, 하늘을 소망하는 삶

숲속의 나무들, 하늘을 소망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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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원 장로
2018년 06월 13일(수) 10:00
6월은 어디를 보아도 신록이 빛나는 싱그러운 계절이다. 초록 숲의 주인공은 나무다. 나무들을 크기에 따라 보통 두 종류로 구분한다. 키 큰 나무(喬木)와 키 작은 나무(灌木)로 나눈다. 숲이 아름다운 것은 다양한 나무들의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아래는 풀들이 자라고, 각종 곤충과 새들, 야생동물들이 먹이사슬을 이루기도 하지만 상호도움을 주면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6월의 숲에는 고요함 속에 눈부신 경쟁이 한창이다. 숲에 사는 나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이다. 녹색공장인 나뭇잎들이 광합성작용을 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햇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숲에서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이다. 조림지(造林地)에 가보면 나무들이 쭉쭉 뻗은 모습이 참 늠름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무들은 가늘다. 그 이유는 비슷한 크기의 나무들이 함께 자라면서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받기위해 키를 키우느라 둘레를 키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햇빛을 향한 수고생장(樹高生長)이 급해 직경생장(直徑生長)을 못한 것이다. 반면에 넓은 땅에 홀로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면 굵은 가지도 많이 뻗고 잔가지와 잎들이 동서남북으로 마음껏 기지개를 펴고 있다. 햇빛 경쟁을 할 필요가 없으니 여유 있게 줄기도 키우고 가지도 넓게 뻗는 것이다. 그 덕분에 동구 밖 정자나무는 땀을 식히고 쉬어갈 수 있는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러면 숲속 키 작은 나무들은 어떻게 살까? 숲에 가보면 키 큰 나무 밑에서 키 작은 나무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키 작은 나무도 햇빛이 꼭 필요하다. 키 큰 나무사이에서는 줄기를 키우는 것도 키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키 큰 나무사이로도 햇빛을 보내서 연약한 생명들에게도 소망을 주신다. 그 은혜의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하여 키 작은 나무들은 먼저 옆으로 넓게 가지를 뻗고 많은 잎을 펼쳐놓는다. 그 힘으로 뿌리를 든든히 키우고 서서히 키와 둘레도 키우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 강인한 인내와 성실의 힘으로 숲에서 우뚝 설 그날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 소중한 햇빛 한 조각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키 작은 나무들을 보면 인간 삶의 한 단면을 보는듯하여 마음이 짠하다.

사람이나 나무나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 하늘이요, 삶의 원동력이 하늘에 있음이다. 사람이 아무리 힘이 강하고, 지혜가 뛰어나다 할지라도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 나무가 살 수 없듯이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숲에 키 큰 나무와 키 작은 나무가 있듯이 세상에도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키 큰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받고 키 작은 나무가 자라날 때 숲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사명을 묵묵히 수행하며, 모든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살아갈 때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고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공평하신 하나님께서 그 어느 곳이라도 햇빛을 비춰주신다.



이춘원 장로

시인· 산림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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