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한 나무와 모퉁이돌

장성한 나무와 모퉁이돌

[ 땅끝에서온편지 ] 베트남 강영미 선교사(4)

강영미 선교사
2018년 07월 11일(수) 10:00
선교사 자녀들은 부모처럼 하나님의 은혜로 성장하고 다듬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선교사에게 있어서 자녀는 언제나 '사랑스런 아킬레스건'이다. 선교사는 스스로의 헌신으로 바다를 건너가는 데에 갈등이 없다. 그러나 정작 자녀들이 스스로의 믿음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은 바다를 넘어 선교지로 가는 부모의 길보다 더 험난할 수도 있다.

우리 아이들의 베트남 생활은 그 시작이 매우 좋았다. 우리 아들은 한국에서의 학원 스트레스를 더 이상 받지 않는 것만으로도 베트남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모든 면에서 한국에서의 삶과 차이가 생겼다. 아이들이 잘하던 수학도 다른 학생들과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없게 됐고, 집은 어느새 베트남 학생들이 북적거리는 기숙사처럼 됐다. 결국 그틈을 타서 우리 아들은 점차 공부에 흥미를 잃어갔다. 필자는 나름대로 가지고 있던 자녀교육의 자신감을 상실했고, 아이들은 학과목뿐 아니라 예체능 분야에서도 성장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잠시 후회했다. 아이들의 방황과 반항을 보면서 심각하게 왜 내가 베트남 땅에 와있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사역은 큰 갈등 없이 진행됐던 반면, 이 땅에서의 자녀 교육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베트남에서 살면 살수록 약속이나 시간 개념이 무뎌지고, 부끄러움도 없어졌다.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나 사회에서 배우는 공공예절은 기대할 수 가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듯 갑자기 쏟아지는 열대 스콜을 맞으며 자란 아이들은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와 돌처럼 거침 없는 자연인으로 성장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아들은 학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으나 충분하지 않았다. 기적에 기적을 경험하며 아들은 의과대학교에 합격했다. 나는 가장 어렵다는 구술 면접을 치르고 나오면서 아들이 한 말을 기억한다. "엄마, 이상하게 내가 잘 아는 것만 물어봤어."

나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그래 이거다. 이것이 우리들이 사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방법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아닌가.

선교 현장에서 경험한 자녀 교육의 공통점은 '은혜'로 이뤄진다는 것이었다. 정작 선교지에서 자랄 때는 이 땅의 귀함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많은 선교사 자녀들이 "이 땅이 한국보다 좋다"고 고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은 부모보다 어린 나이부터 순수한 마음으로 이 땅의 공기를 마셨기 때문 아닐까? 그들은 이 땅의 나무와 돌을 부모보다 더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살아왔다. 부모는 그들을 다듬어지지 않는 돌로 생각했지만, 그들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성년이 돼 베트남 땅을 넘어 세계를 바라본다. 선교사는 축복의 삶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꿈을 가졌기 때문이다. 부모처럼 선교사 자녀들도 하나님의 시선으로 온 땅을 바라보는 축복을 누리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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