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쉼

산, 쉼

[ 4인4색칼럼 ]

정인철 장로
2018년 07월 18일(수) 10:00
무더운 날씨 속에 바다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필자는 왠지 땀을 식혀주는 산 바람과 나무 그늘이 더 그립게 느껴진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필자는 친구들과 산에 대한 특별한 기억에 대해 얘기한 경험이 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이는 소꿉친구들과 함께 처음 산에 올랐던 것이 좋은 추억이라고 말했고, 다른 이는 이름 있는 산을 종주했던 일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자는 어린 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어린 시절 고향에는 집집마다 땔감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고향의 산은 나무를 땔감으로 써야하는 사람들이 가지를 베어가고 낙엽을 갈고리로 모두 긁어가 민둥산처럼 보일 정도였다.

필자 역시 땔감으로 쓸 나무를 많이도 하러 다녔다. 추위가 오기 전에 준비를 해야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소나무 아래 떨어진 솔잎을 '솔가리'라고 불렀는데, 그 솔가리를 갈고리로 긁어모아 엮어서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가 활짝 웃으시며 좋아하셨다. 그때 산에 대한 추억은 땔감에 쓸 나무를 하러 가는 것이 다였다.

이순을 지나는 지금, 삶에 지쳐서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나는 산에 올라 푸르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를 걸으며 쉼을 얻는다. 길가의 이름 모를 들풀과 꽃, 또 어느 날은 운무를 만날 수도 있다. 운무가 발끝까지 깔려 있으면 마치 구름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이 든다. 계절에 따라 혼자서도, 혹은 여럿이 같이 산행을 나선다. 혼자 가는 산행은 묵상하는 것처럼 오롯이 집중할 수 있어 즐겁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산행은 상대를 따라 발걸음을 맞추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어 즐겁다.

산을 대하는 자세는 어린 날과 사뭇 달라졌지만,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땔감을 줍던 그때의 일을 다시 떠올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서 때마다 필요를 바꿔 채워주는 존재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쉼을 위해 산을 오르내려도, 초행길을 나서는 것은 언제나 기대가 되며, 때로는 산행의 고단함이 산 아래까지 따라온다. 그래고 산을 걷듯, 매일 하루를 걷는다. 모든 기도하는 이들이 그래 온 것처럼.



정인철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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