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면 살리라' 항일여성독립운동 신앙인 재조명

'죽으면 살리라' 항일여성독립운동 신앙인 재조명

신사참배 반대한 최덕지 목사·안이숙 부인·조수옥 권사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19년 03월 11일(월) 08:20
3.1절을 맞아 국민 청원과 국회 특별 제정으로 정부가 유관순 열사의 서훈을 3등급(건국훈장 독립장)에서 1등급(건국훈장 대한민국장)으로 격상시켜 여성독립운동가 재발굴이 관심사로 떠오르는 가운데 여성독립운동 신앙인들을 기리는 학술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항일여성독립운동 신앙인 최덕지 안이숙 조수옥 재조명 학술세미나'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학술세미나는 이주영 국회부의장과 김진표 이혜훈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아침이 주관한 가운데 열렸으며,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고신, 재건) 기독교한국침례회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국가보훈처 등의 특별후원으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최덕지 목사와 조수옥 권사는 경상도 특유의 신앙적 의리감으로 일제의 회유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신앙의 절개를 끝까지 지켜냈다"며, "이들은 옥중에서도 믿음의 여성 3인방으로 불리며 함께 옥고를 치뤄 신앙 동지들에게 큰 힘이 됐다. 특히 안이숙 사모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일사각오의 외침은 오늘날까지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개최 취지와 관련해 (사)아침 최수경 사무총장은 "정부 수립 후 독립운동 유공자는 3월 현재 총 1만 5511명이지만 여성은 432명으로 여성독립운동가 서훈은 전체의 3%에 불과할 만큼 인색하다"며, "또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각종 학술 세미나가 열리고 있으나 여성신앙선각자들에 대한 재조명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국적인 신사참배운동을 위해 자금모금을 담당한 최덕지 목사, 일본 국회에서 신사참배 강요의 부당함을 호령한 안이숙 사모, 제1회 유관순상을 받기도한 조수옥 권사 등은 가련한 여성의 몸으로 신사참배 반대 운동에 굳세게 항거했다"고 소개했다.

이날 학술세미나는 최재건 교수(연세대)의 '조수옥의 신사참배반대운동과 그 삶', 김정일 교수(숭실대)의 '최덕지를 중심으로 한 신사참배 반대운동)', 김대응 목사(한국침례교회역사연구회)의 '일본 국회를 호령한 안이숙' 등으로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최덕지 목사, 조수옥 권사, 안이숙 부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이들의 업적이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최덕지(1901~1956) 목사와 관련한 발제에서 김정일 교수는 "1938년 장로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통과시키자 반대 운동에 참여해 부산·경남 지역에서 400여 명의 교회 지도자들과 신사참배의 성경적 부당성과 일제의 민족말살 정책에 저항하기로 하고 운동자금도 제공했다"며, "유교적 사회문화에서 여성으로서 종교지도자와 학생들에게 참배반대 운동을 전개하며 400여 명에게 저항의식을 가르친 것은 여성민족운동 독립운동의 표상"이라고 설명했다.

안이숙(1908~1937) 부인과 관련해 김대응 목사는 "1932년 신사참배 강요가 각 지역 기독교계 학교에서 문제가 되자 교직을 그만두고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며, "광복 후 공산정권 탄압을 피해 월남하고 미국 LA에서 한인침례교회를 개척하고 여러 나라에서 간증집회를 열었으며, 1995년 대전에서 새누리침례교회를 개척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과거 피흘린 순교자들의 피 덕분에 교회와 나라가 있음을 기억하고, 이들의 희생을 국가가 기념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수옥(1914~2002) 권사와 관련해 최재건 교수는 "일제 말 신사참배를 거부한 소수의 크리스찬들 중 한 사람으로 평양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며, "남은 삶은 1946년부터 고아원을 설립하고 노인 무료병원을 세우는 등 사회사업가로서 여생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신사참배 반대 투쟁자들의 1차 동기는 대체로 신앙에 의한 것이지만, 결과가 모두 신앙에 국한되진 않았다"며, "한국사회에서 신사참배 반대자들의 투쟁이 신앙운동에 그쳤다는 인식 때문에 어떤 이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고 어떤 이는 인정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술세미나는 사단법인 아침이 이주영 국회부의장에게 제안해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아침은 향후 '신사참배반대운동 신앙인들을 독립운동가로!'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독립운동가 청원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국회 입법청원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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