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안식이 있는 기도를 하고 있는가"

"쉼과 안식이 있는 기도를 하고 있는가"

[ 특집 ] 기독교인과 쉼 ⑦ 쉼과 기도

이경용 목사
2019년 08월 23일(금) 00:00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장편소설 '잠'에서 잠, 즉 수면의 단계를 6단계로 설명한다. 0단계는 입면으로 잠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1단계는 아주 얕은 잠으로 뇌파는 알파파가 되며, 눈을 감고 차분해진 휴식 상태이다. 2단계는 얕은 잠으로 세타파가 되며, 최면 상태나 명상과 비슷하다. 3단계와 4단계는 깊은 수면 단계로 델타파가 되며, 깊은 숙면을 취하는 시간이다. 5단계는 역설수면으로 감마파가 되며, 렘REM 수면이라고 불리는데 급속 안구운동이 일어나며 꿈을 꾼다. 5단계 까지는 대략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베르나르는 소설에서 이제까지 아무도 밝히지 못한 미지의 세계, 잠의 6단계를 '미지의 잠'(Somnus incognitus)이라 이름 붙이고 그 비밀을 찾아 나선다. 보통 사람은 일생의 3분의 1 혹은 4분의 1을 잠자며 보낸다. 잠을 깊이 자고 숙면을 취하면, 하루의 피곤이 싹 풀리고 새 힘이 솟는다. 잠이 쉼이 된 것이다. 그러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오히려 자고나서 몸이 찌뿌둥하고 머리가 멍해지기도 한다. 잠이 '쉼'이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된 것이다.

잠과 기도는 사람이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깊은 잠을 자면 몸과 마음에 쉼이 오듯이, 깊은 기도를 하면 우리 몸과 영혼에도 진정한 쉼이 오지 않을까. 솔로몬은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 127:2)라고 고백한다. 찬송가 363장 1절은 "내가 깊은 곳에서 주를 불러 아뢰니 주여 나의 간구를 들어주심 바라고 보좌 앞에 나가니 은혜 내려 주소서."라고 찬송한다.

깊은 기도, 쉼이 되는 기도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현실을 보면, 기도가 쉼이라기 보다는 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교회에서 주일대표 기도를 사양하는 분들, 장례식에서 갑자기 기도를 부탁받은 분이 땀을 뻘뻘 흘리며 기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새벽기도가 몸이 익지 않은 분들은 특별새벽기도가 쉼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이 되곤 한다. '특새'를 하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간에 운전하고 회사 업무를 본다. 고난주간이 고단주간이 되기도 한다. 겟세마네 동산 그 결정적인 시간에 베드로 야고보 요한 세 제자가 피곤하여 꾸벅꾸벅 졸은 것을 보면, 예수님의 제자들도 때로 기도가 짐이었나 보다.(막 14:40)

어떻게 하면, 기도가 짐이 아니라 진정한 쉼이 될 수 있을까. 기도응답을 받으면 기도가 신이 나고 기도할 맛이 난다. 그러나 기도응답이 더디든지 없으면 기도할 힘이 나지 않는다. 잠언 13장12절은 "소망이 더디 이루어지면 그것이 마음을 상하게 하거니와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은 곧 생명나무니라." "사람은 바라던 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상심하게 되지만 소원하던 것이 이루어지면 기뻐하고 즐거워한다."(현대인의성경) 기도응답의 체험이 확실하다면 기도는 결코 짐이 아니라 쉼이 될 것이다. 기도응답이 되었는데 며칠 밤 샌 것, 몇 주일 새벽잠 설친 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그러므로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도응답을 분명하게 체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성경에서 기도가 쉼이 된 경우를 많이 본다. 그중에 야곱의 얍복강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야곱은 형 에서와 팥죽사건으로 인해 평생 원수가 된다. 형의 복수를 피해 외갓집으로 야반도주하여 장장 20년 동안이나 타향살이를 한다. 형에 대한 미안함, 원망, 상한 감정을 20년 동안 가슴에 켜켜이 쌓으며 살아간다. 외삼촌 라반과의 갈등으로 어쩔 수 없이 다시 고향으로 향하던 중 얍복강 기도를 하게 된다. 아니 하나님께서 야곱을 얍복강 기도로 강력하게 몰아가셨다. 얍복강 기도엔 기도의 4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첫째, 기도응답이다. 야곱은 "내가 주께 간구하오니, 내 형의 손에서 나를 건져내시옵소서."(창 32:11) 간절하게 기도한다. 비록 다리는 부러졌지만 기도응답으로 살아난다. 둘째, 자기발견이다. 기도 중에 하나님은 야곱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신다. 야곱이니이다! 고백하는 순간 야곱은 자기의 실체를 보게된다. 겉보기엔 그럴듯한 자수성가한 갑부지만, 하나님 앞에서 자기이름을 아뢰는 순간 자기가 사기꾼이란 것을 깨닫는다. 자아의 자각(the awakening of the self)이 일어난다. 셋째, 야곱이 자기의 실체를 인식하고 고백하자 하나님은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어 주신다. 이스라엘, 하나님과 사람들과 겨루어 이긴 자로 인정하시고 새로운 사명을 주신다. 우리는 대부분 기도 중에 하나님의 부르심, 소명 (calling)과 사명(mission)을 발견한다. 넷째, 브니엘! 하나님의 얼굴을 뵙는다. 기도의 마지막 종착역은 브니엘이다. 누구든 하나님의 얼굴을 뵐 수만 있다면 우리 인생의 모든 문제들은 일거에 해결된다. 이것은 분명하다.

얍복강 기도는 육체적으로 엄청 고된 기도였다. 밤을 새며 울며 씨름하듯 죽기살기로 기도했고 다리까지 부러졌다.(호세아 12:4) 그러나 기도하며 야곱의 20년 인생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었다. 형 에서를 만나 형님 얼굴을 뵈니 하나님 얼굴을 본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건 능청도 아니고 사기도 아니다. 진실이다. 인생이 아무리 어려워도 기도 중에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분명 그 안에 쉼과 안식이 있다. 브니엘 체험을 한다면, 기도가 아무리 밤을 새고 씨름하듯 힘이 들어도 쉼이 된다. 어떻게 그런 기도를 할 수 있을까?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러나 인간 편에서 본다면 간절함, 절박함, 부르짖음이 복된 기도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리라. 하나님은 지금도 얍복강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기도가 답이다. 기도가 쉼이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

이경용 목사/광교소망교회 영성나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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