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왜 C.S. 루이스인가?

이 시대에 왜 C.S. 루이스인가?

[ 루이스다시읽기 ] 숭실대 이인성 교수, C.S 루이스 연재 시작

이인성 교수
2019년 09월 03일(화) 09:00
C.S.루이스
이 시대에 왜 C. S. 루이스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C. S. Lewis (1898. 11. 29 ~1963. 11. 22)는 우리가 살면서 부딪치는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고민들을 우리보다 먼저 숙고하고, 그 해결의 방향들을 기독교를 바탕에 깔고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의 다양한 글들을 읽다보면 그 논리의 명료함은 물론이고 그 표현의 명징함에 빨려 들어간다. 더 나아가 언어의 마술사같은 탁월한 비유와 표현의 아름다움은 실로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석학임에도 불구하고 글에서 깊게 묻어나는 겸손함은, 부드러우면서도 적극적인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특별히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겸손을 삶의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기독교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도전을 줄 것이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포드에서 서거한 루이스를 통해 21세기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 그리고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지혜를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먼저, 루이스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4가지만 간단히 짚어보자.

첫째는 루이스가 10살 때 엄마가 암으로 별세한 일이다. 변호사였던 아빠보다는 가정주부였던 엄마의 가정교육을 주로 받아온 루이스였다. 엄마의 병의 완치를 위해 어린 나이에 열심히 기도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엄마를 잃은 이 사건은 루이스의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1, 2차 세계대전이다. 루이스는 1차 세계대전에 직접 참전했고 2차 세계대전에는 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프랑스 전선의 참호전에서 거의 죽을 뻔 했다가 부상병으로 영국으로 호송되어 겨우 목숨을 건졌다. 이때 루이스가 죽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나니아 연대기'같은 루이스의 많은 작품들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대학 내의 정치이다. 루이스는 옥스포드대학 영문과 교수로 29년을 재직하면서도 정교수직(professorship)을 얻지 못했다. 영어 사용권의 대표적인 학자로 1947년에 '타임'지 표지에 실렸을 뿐만 아니라 1948년에 영국왕립문학협회 회원으로 선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다른 학자들에게 밀렸다. 대학 정치의 대표적인 희생자였던 것이다. 루이스가 기독교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명확히 표방하고 적극적으로 관련된 활동을 한 것도 정교수직 탈락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루이스는 1954년에 캠브리지대학의 중세 및 르네상스 영문학 정교수로 취임한다. 그리고 이듬해에 영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된다. 학자로서 특히 명예를 중시하는 루이스로서는 긴긴 시간동안 참으로 힘든 정신적 고통의 상황 속에서도 결코 양보하지 않고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주옥같은 글과 작품들을 계속 발표하고 왕성한 활동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루이스의 절친이었던 톨킨(J.R.R.Tolkien)이 일찍 옥스포드대학의 영문과 정교수가 된 것과 대조가 된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후에 그의 아내가 된 조이(Joy Davidman)와의 만남이다. 조이와의 만남은 루이스의 후반기의 삶과 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비록 첫 만남부터 사별까지 10여 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루이스에게 미친 영향은 실로 컸다.

지금까지 루이스의 삶과 글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네 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했다. 이 네 가지가 루이스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뼈대라는 것은 물론 전적으로 필자의 주장이다. 루이스 전기가 한국어로도 몇 종류 번역되어있으니, 루이스의 생애에 관심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여러 번역본들 중에서 한 권을 권한다면, 옥스퍼드 대학의 석좌교수인 알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가 쓴 루이스 전기를 추천한다.)

이인성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루이스컨퍼런스에서 알리스터 맥그래스 교수와 함께 발표를 맡았다. 발표를 마친 후 저녁식사 자리에 함께 한 두 교수.

앞으로 루이스 연재를 통해, 루이스가 앞서 고민했던 주요 주제들을 가지고 우리의 일상과 삶에 대해 하나씩 매듭을 풀어가 보고자 한다. 고통, 죽음, 사랑, 악, 교육, 도덕, 자연, 신학, 문학 (판타지 문학과 S. F. 문학), 상징, 가짜와 진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얼굴과 인간, 기독교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허락된 지면 하에서 한걸음 더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 가지 기초 작업을 먼저 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루이스가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글/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지 루이스의 글쓰기 방식을 알아볼 예정이다. 루이스의 글과 스타일을 좀 더 정확하고도 공감하며 즐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루이스 사상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기쁨, 갈망(Joy)'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루이스가 회심한 이후 일생동안 고민하고 추구하고 갈망했던 기쁨에 대한 이해는 루이스의 많은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단단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루이스 연재에서 필자는, 흔히 하는 방식인 루이스가 쓴 책들을 중심으로 한 논의는 지양하고 앞에서 언급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가벼우면서도 깊이 있게 글을 풀어가고자 한다. 20세기 최고의 기독교 사상가 및 변증가, 3대 판타지 작가, 최고의 중세 및 르네상스 영문학자 및 비평가 등으로 일컬어지는 거목 C. S. 루이스. 비록 짧은 지면이지만 이 연재를 통해 그를 더욱 넓고 깊게 이해함으로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21세기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에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마음이다.



※ 추천도서: C.S.Lewis: 별난천재, 마지못해 나선 예언자 /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 홍종락 옮김 / 복 있는 사람 출간 (원제: C.S.Lewis-A Life: Eccentric Genius, Reluctant Prophet)



이인성 교수 / 숭실대 베어드교양대학 학장·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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