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가르치는교회 ] 27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10월 16일(수)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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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나 교회에서 우리가 만나는 수업이나 설교는 대부분 딱딱하고 심각하다. 청중은 입 다물고 강사에게 집중하는 분위기다. 마치 칸막이 해놓은 정숙한 독서실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청중을 얼어붙게 만든다. 청중들이 서로 잘 알지 못할 때, 인원이 많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강사와 청중, 청중과 청중 사이를 얼려놓은 상태에서는 강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혼식장 피로연에서 잘 모르는 사람과 같은 식탁에 앉았을 때와 다름 아니다. 다른 교회에서 예배 드릴 때와 비슷하다. 강사와 청중, 청중과 청중 사이의 얼음장을 녹여야 소통도 가능해진다. 그런 걸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라 하는데, 강의 전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필자가 개발한 통통(通通) 인터뷰를 소개한다. 이 인터뷰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30명 이상인 집단에 적합하다. 첫째, 다음 문항을 A4 용지에 인쇄하여 1장씩 나눠 갖는다. 둘째, 이걸 들고 돌아다니면서 거기에 해당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 인사하고 그의 서명을 받는다. 한 문항에 여러 사람의 사인을 받아도 된다. 강사도 함께 참여하는 게 좋다. 긍정적인 내용이어서 매우 즐겁게 대화를 할 수 있다. 셋째, 인터뷰를 마친 후에는 자신이 가장 많이 서명해준 문항이 어떤 것인지 옆자리 동료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인터뷰는 모임을 마친 후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언제 커피 한 잔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문항에 해당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차를 한 잔 하게 된다. 수업이나 설교는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돼야 기침도 하고 질문도 할 수 있다. 통통 인터뷰로 얼음장부터 깨고 시작하자!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의용 교수/국민대·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