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의 사회의식 높아져야

목회자들의 사회의식 높아져야

[ 논설위원칼럼 ]

한경호 목사
2019년 11월 11일(월) 10:21
지난 10월 31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은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에 대한 통계분석 결과를 크리스천아카데미 및 기독교서회와 공동으로 발표하였다. 급변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들 가운데 특별히 개신교계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주제를 선별하여, 그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현황을 조사하였는데, 개신교인 1,000명과 비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연령, 성별, 지역, 소득·계층, 종교 및 신앙의 정도에 따른 비교가 가능하도록 구성하여 조사하였다. 질문 분야는 자연환경과 기후변화, 정치 분야, 경제 분야, 사회 문화 젠더 영역, 통일·평화·동아시아 국제관계, 교회·신앙관 등 여섯 분야였다.

이 조사와 발표는 오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방향성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활동으로 보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대한 응답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귀하는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에 대하여 "전광훈 목사는 한국 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응답이 64.4%, "한국 교회와 기독교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으로 비칠 것 같아서 우려가 된다"는 응답이 22.2%로 그의 언행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전체의 86.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성애 문제 외에는 교인과 비교인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를 거의 볼 수 없는데, 그것은 신앙 여부를 떠나 일반적인 사회 여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비교적 건강한 상식의 수준에서 응답이 이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는 대부분이 언론이나 대중 매체를 통해서라고 답하였다. 가장 시급하고 보편적이며 비정치적인 분야인 '환경과 생명'에 대한 정보를 "자신이 속한 종교기관에서 얻는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6.3%에 불과하였다. 물론 다른 분야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이것은 교회와 목회자가 사회적 의제에 대한 교인들의 신앙적 입장 형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 그럴까? 목회자의 역사의식과 사회적 의제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인식이 거의 부재하거나, 박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있다고 해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여 아예 말을 꺼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다수의 교인들은 혼란을 겪고 있고, 제각각 자기 주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일인가?

교회와 사회는 불가분(不可分)의 관계에 있다. 교회는 사회 속에서 그 존재 의의를 가진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독생자를 희생시킬 만큼) 사랑하셨는데 교회는 이 사회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는 표어가 상징하듯이 목회자는 '성경을 통하여 신문을 보면서' 교인들의 사회적 의제에 대한 입장과 자세를 형성하는데 자기 역할과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그것은 동시에 사회를 향한 교회의 입장 표명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사회적 의제에 대한 신학적인 논의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단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의지를 가지고 앞장서서 교회의 건강한 여론 형성에 기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경호 목사/횡성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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