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한국교회, 가부장적이고 매력없어"

청년들, '한국교회, 가부장적이고 매력없어"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12월 03일(화) 17:17
청년층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 청년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듣는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회장:정연진)는 지난 11월 27일 한국기독교연합회관 그레이스홀에서 '기독교 OK, 그러나 교회는 NO'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고, 교회를 떠나는 '가나안'청년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한국교회 청년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목적으로 열린 이날 공개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 남기평 목사는 청년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남기평 목사는 "교회가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미래 청사진을 그릴 수 없어 큰 문제"라며 "교단에서 조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창구가 부족하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언급했다. 이어 청년층 중에서도 리더십 이탈 문제가 교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남 목사는 "선데이 크리스찬 청년들은 교회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 이탈률도 적다"며 "이들보다는 청년 지도력이 가나안 성도로 이탈하는 비율이 크다"고 말했다. 청년 지도력의 교회 이탈 원인에 대해 남 목사는 "교회 안에서 청년 리더들이 주체성을 갖고 하고 싶은 일들이 좌절되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고, 이들의 질문에 교회가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남 목사는 "청년 리더십 이탈로 인해 미래 교회는 양질의 리더십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회가 청년들의 입장에서 볼 때 문제를 갖게 된 원인에 대해선 "교회체계, 매커니즘, 시스템이 모두 성장에만 초첨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장에 몰입하는 한국교회가 청년들의 관심사나 이탈에 대해 무관심함도 언급했다.

한국기독청년협의회에서 청년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들은 자신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문제점으로 예배, 설교 분위기, 비민주적인 의사구조, 발전적이지 않은 목회자, 재정 및 특정한 항목 중심의 지출, 차별과 혐오적인 발언 등을 골고루 꼽았다. 한국교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교회 성장주의, 불투명한 재정구조, 과도한 교회건축, 세습, 교회 내 직분문제 등의 순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이어 교회를 떠난 이유로는 신앙생활에 대한 회의, 교회의 비도덕적인 모습, 헌금 강요, 교인이나 목회자에 대한 실망 때문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남 목사는 "청년들의 눈에 교회는 비상식적이고 불통의 공간이며 강요와 의무가 막중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한 대안으로 남 목사는 오직 청년들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과 한국교회의 환골탈태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린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순서에는 박해린, 유에스더, 이재혁 씨가 각각 소속 교단과 교회에 대해 느끼는 문제점들을 나눴다. 박해린 씨는 교회에 대해 가장 실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교단이나 교회의 청년 예산 삭감"을 꼽았다. 박 씨는 "청년부는 교회에서 제일 약한 공동체"라며 "특히 여성들은 직분을 가질 기회가 한정되어, 교회 의사 결정 구조에 진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지도자들이 만들어가는 교회구조에는 청년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청년들은 예배가 주는 편안함이 교회를 다니는 주된 이유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을 가나안 성도라고 소개한 유에스더 씨는 "교회 안에 여성을 위한 자리는 없고, 여성 청년은 교회의 가부장적인 문화를 견디는 것까지 이중삼중의 고통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교회를 찾아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찾지 못했다"며 교회의 가부장적 문화가 '청년 선데이크리스찬'을 양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재혁 씨는 교회다움이 사라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언급했다. 이 씨는 "교회 안에서 개인의 내적 평안만 갈구하도록 내버려두는 현실"을 언급하며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기독교교육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봤다. 교회가 청년들로 하여금 개인의 구원, 위안만을 주는 것은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만 주는 형상"이라고 지적한 이 씨는 교회 내 성차별 문제도 심각한 수준임을 언급했다.

정연진 회장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청년을 떠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청년들이 올바른 믿음의 가치관을 갖고 교회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열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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