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언니들 "양성평등한 교회 만들어가자"

교회언니들 "양성평등한 교회 만들어가자"

이경남 기자 knlee@pckworld.com
2019년 12월 19일(목) 11:27
"목사님 설교가 너무 듣기 힘듭니다. 여성의 입장에서 불쾌할 때가 많습니다. 교회를 떠나야 할까요?" "교회에 다니면서 오히려 제 안의 생명력을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구시대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국교회를 보며, 미래에 교회 자체가 사라질까봐 염려됩니다." 교회 여성 청년들의 고민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사회에서 불고있는 페미니즘 열풍이 교회 안에서 건강한 여성주의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포럼이 열렸다. 크리스챤아카데미(원장:이상철)와 서울YWCA(회장:이유림)는 지난 12일 경동교회 여해문화공간에서 '교회언니들의 페미토크'를 개최해 한국교회 청년들과 교회 안 가부장적인 문화로 인한 갈등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포럼에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백소영 박사(강남대)는 왜 지금 페미니즘이 부상하는가에 대해 "가부장제는 이미 끝났지만, 여전히 불평등한 일들이 벌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약자들을 살리는 '살고 살리는 페미니즘'의 역할을 언급하며 "페미니즘의 지향점과 기독교의 지향점이 만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교회와 페미니스트가 상호 보완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애 박사(성서신학)는 남성의 관점에서 쓰여진 성경말씀을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음을 언급했다. 이은애 박사는 "성경 자체가 남성의 관점에서 쓰여지고 해석된 결과물"임을 전제하고 "여성의 관점으로 성서를 다시 읽고 재해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성서는 인류에게 희망과 구원,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는 책임은 분명하나, 억압, 혐오, 불평등을 가져오기도 한다"며 성서에 나타난 여성 억압의 상황에 대해 여성의 관점으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서 구절의 문화적 배경과 기독교 핵심 전통을 구분할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주아 박사(기독교교육학)는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교회 구조와 문화가 여성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통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박사는 "교회가 배제하거나 소홀히 취급한 성경 내용은 교인들의 무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단순하고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갖고 있는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다음세대들이 교회 문화를 그대로 흡수해 삶의 방식으로 체득하게 되는 위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발제한 김희선 목사(기독교상담학)는 교회 내 혐오와 차별 사례에 대해 교회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처신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성서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아 반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를 떠나기보다 목회자와 교회 문화를 바꾸는 데 힘쓸 것을 요청했다.

포럼 후 질의응답 시간에 교회 청년들은 각자의 교회에서 겪은 성차별적인 교회 문화, 설교 내용 등 각자의 고민을 나눴다. '교회와 페미니즘 공존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교회언니들의 페미토크는 여성의 날을 맞아 지난 3월 8일 열린 페미토크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포럼으로 교회 청년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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