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소망하며, 복음의 씨를 뿌리는 기쁨

열매를 소망하며, 복음의 씨를 뿌리는 기쁨

[ 땅끝편지 ] 일본 편 8

박미애 목사
2020년 02월 25일(화) 00:00
매주 금요일 놋포로 유치원 원아들아 예배를 드리고 있는 장면.
낙농학원대학에서 5년 임기를 마치고 휴식과 함께 다음 사역을 위한 준비를 하기로 하고 귀국했다. 스스로가 만든 안식년이다. 후원교회에는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냈다.

"본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허락 하시는 한, 끝까지 선교사로서의 부르심에 순종하기를 원합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의 확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무슨 일이든 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원하기는 일본선교사로서의 삶을 살기를 원합니다 … 다음 사역은 교회가 부족하고, 목회자가 부족한 일본에서 목회자로서의 사역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며 준비하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내 기도를 정확히 들어주셨다. 낙농학원대학에서 사역을 할 때, 예배에 참석했던 일본기독교단의 놋포로교회에서 청빙 요청이 왔다. 놋포로교회는 1948년 낙농학원의 학원교회로서 설립되었는데, 1952년 이전과 함께 유치원과 방과후 교실, 아동문고, 피아노교실 등을 통해 지역교회로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왔다. 나는 이 교회의 담임목사와 유치원, 방과 후 교실의 종교주임을 맡았다. 교회의 세례교인은 56명이었으나, 유치원 원아는 200명이 넘었고, 방과 후 교실에는 4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있었다. 선교의 황금어장이 옆에 있었으나, 유감스럽게도 교회학교에 참석하는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고, 교사 중에 기독교인은 유치원 원장 뿐이었다. 놋포로유치원뿐만의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독교는 악순환을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원아들이 드리는 예배를 통하여 복음의 씨가 뿌려지고, 그 씨가 열매로 맺힐 것을 소망하기에, 때론 낙심이 되지만 예배와 교사 성경을 준비하는 것은 큰 기쁨이 되었다.

부임 당시 성도들의 평균연령은 75세로 후기고령사회의 교회였지만 그들은 최선을 다해 봉사하며 목회에 협력했다. 꽃꽂이 담당자 중 최고령자는 87세로 90세까지 봉사하기도 했다.

식당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은 평균 80세였다. 나는 성도들에게 "놋포로교회에서 70세는 청년부입니다"라고 말하며 봉사하시는 분들을 격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의 여러 가지 일들은 성도들은 말리지만, 가장 젊다고 할 수 있는 목사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내가 살던 옆집 할머니(94세)가 예배에 참석하기 시작하셨다. 감사하는 마음이 들며, 한편 100세 시대를 실감한다.

그동안 여러 번 지진을 경험했지만 2년 전의 지진은 진원지가 놋포로에서 가까와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지진이었다. 이때 홋카이도 전체는 단수와 정전 등으로 암흑과 혼돈 중에 있었다. 그런데 이 지진은 병상 세례를 받으신 성도의 장례로 휴가 차 귀국하려던 것을 연기하고 있던 차에 일어난 것이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던 장례였다. 나에게는 목회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던 훈련의 시간이 었다. 하나님의 세밀하신 인도하심에 감사드린다.

박미애 목사/총회 파송 일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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