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마리아 길', 걸어보셨나요?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길', 걸어보셨나요?

[ 여전도회 ] 연동교회·옛 정신여고·100주년기념관·여전도회관 등 종로 5가 근처
대한민국애국부인회와 독립운동 장소 돌아보는 길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0년 04월 16일(목) 15:51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제7~10대 회장을 역임한 김마리아 열사의 행적을 돌아보는 '김마리아 길'이 종로구청에 의해 지난해 11월 조성됐다. 지자체가 앞장서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장소들을 엮고 길을 조성해 해설사를 파견한 만큼, 선교 문화유산에 대한 영구적 보전·관리가 요청된다.

'불멸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 김마리아 길'은 종로구 연지동 연동교회를 시작으로 세브란스관(옛 정신여고 본관), 회화나무, 선교사의 집(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여전도회관까지 이어진다. 김마리아 길과 관련해 종로구청은 "일제강점기 시대 최대 여성 비밀 항일단체인 '대한민국애국부인회'와 독립운동의 거점장소를 돌아보는 코스"라고 소개했다.

연동교회는 김마리아가 세례 받고 학생시절 신앙생활 한 장소다. 대한독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김마리아(1892~1944)는 연동여학교(1909년부터 정신여학교) 시절 연동교회에서 부목사격으로 사역하던 선교사 밀의두(E.H.Miller)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김마리아는 학생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연동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사랑 나랑사랑 이웃사랑을 실천해갔다. 연동교회는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는데, 그중 정신여학교 출신으로 김마리아 신의경 김영순 이혜경 장선희 김필례 오현관 등이 있다. 연동교회는 역사관을 설치해 3.1만세 운동과 연관된 목사 전도사 평신도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세브란스관은 옛 정신여자고등학교 본관으로 김마리아를 포함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했다. 김마리아는 1910년 정신여고를 졸업하고 1913년 모교에서 교사로 전임해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곳은 3.1운동 당시 전국 규모의 항일 여성독립단체인 대한민국애국부인회 회장으로 활동한 김마리아 열사가 교사시절 두 차례에 걸쳐 체포·연행된 곳이다. 당시 대한민국애국부인회의 비밀문서 등 독립운동 자료들을 마룻바닥을 뚫고 숨겨놓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회화나무는 3.1운동 당시 태극기를 품고, 비밀문서들을 감추는 역할을 감당한 유서 깊은 수목이다. 당시 정신여학교는 일제의 감시 대상이었고 수색이 빈번했는데, 이때 비밀문서와 태극기, 교과목으로 금지되었던 국사책들을 회화나무의 빈 구멍에 숨겨 위험한 고비들을 넘겼다. 정신여학교와 독립운동의 순간을 함께해 '독립운동 나무'라고 불리는 회화나무는 1982년 서울시 보호수 제120호로 지정됐다. 지난해 5월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회화나무 근처에 김마리아 흉상도 세워졌다.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 위치한 선교사의 집은 독립운동의 거처가 되기도 했다. 김마리아는 3.1운동 배후자로 지목돼 6개월간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에 시달리다가 면소판결로 출옥한 뒤, 당시 정신여학교 부교장이었던 천미례(L.D.Miller) 선교사의 집 2층에 머물렀다. 1919년 10월 10여 명의 여성계 대표들이 김마리아가 머물고 있던 이 선교사의 집에서 모임을 갖고 '대한민국애국부인회'를 재조직했으며 김마리아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대한민국애국부인회는 한달 여 만에 회원 2000여 명 전국 15개 지역, 해외지부 설치 등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했다.

여전도회관 1층 역사전시관에선 김마리아의 행적을 살펴볼 수 있다. 김마리아는 1921년 중국 상해, 1923년 미국으로 망명하며 해외에서 수학한 뒤 1932년 조국으로 돌아왔다. 1934~1937년 김마리아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 7~10대 회장을 역임하며 여전도회 조직을 크게 발전시켰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회장:김미순)는 3.1운동 101주년을 기념해 오는 5월 15일까지 '기미년 3월, 27세 김마리아' 제하의 특별전시를 진행 중이다. 전시는 김마리아 생애 기록을 27개 장면으로 제시해 생애 발자취를 따라 관람할 수 있다.

연동교회부터 여전도회관까지 이어지는 김마리아 길은 종로구청이 김마리아선생기념사업회의 제안을 검토해 지난해 초부터 준비해 11월 '골목길 해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최소 6인 이상이 신청하면 1시간 30분 동안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김마리아 길을 탐방할 수 있다. 김마리아 길 해설 프로그램은 11월부터 1월까지 3개월간 총 8번의 해설이 진행됐고 100여 명의 관광객이 참여했으며 특히 정신여고 졸업생 동문들이 많이 찾았다. 지난 2월 15일부터 4월까지는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한편 김마리아 길이 위치한 연지동은 과거 연못골이라 불렸다. 이 주변은 교회가 설립될 무렵부터 미국북장로교회 선교부가 대지를 매입해 기틀을 잡은 곳으로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중심이 됐다. 선교사 밀의두 목사는 연동교회를 중심으로 종로5가 일대를 '선교언덕'이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일부 장소에 유료 주차장과 기업 등이 자리잡으면서 일각에선 안타까운 시선이 이어진다. 김마리아 길 중 회화나무에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으로 가는 경로는 SGI서울보증의 사유지로 요청시 개방해주고 있다. 보존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로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과 같이, 선교사들의 유산과 총회의 선교지 재산 등 선교 문화유산 보전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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