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부름을 받기까지

선교사로 부름을 받기까지

[ 땅끝편지 ] 필리핀 편 1

김용우 선교사
2020년 06월 03일(수) 00:00
김용우 선교사 부부.
1989년 7월 필리핀 세부섬으로 온지 31년 차가 됐다. 예수님을 만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기독교 학교를 다니면서였다. 학교 채플 시간을 통해 구원의 메시지를 듣게 되었고, 하나님을 믿기로 결신했다. 이후 교목으로부터 교회 추천서를 받아 집에서 가까운 성동제일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님을 찾아 뵙고 추천서를 담임 목사님께 건네드렸다. 이를 계기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됐고, 중3때 세례를 받게 됐다. 그후 주일학교 교사, 성가대 등 이런 일 저런 일을 열심히 찾아가며 봉사했다.

믿지 않은 가정에서 처음으로 믿음 생활해야 했기 때문에 신앙생활이 평탄치 않았다. 뜻하지 않게 가정에 문제가 생겨 문제의 불똥이 내게 튀기도 했다. 아버지는 "교회만 다니면 다냐"며 "우리 집안이 선택한 종교와 다른 기독교를 믿는다면, 오늘부터 내 자식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하셨다. 이런 말을 듣게 되니 눈앞이 캄캄했다.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 나오는 것을 주체할 수 없어, 집을 뛰쳐 나왔다. 집에서 가까운 뚝섬 한강 유원지에서 자살하겠다는 생각으로 강둑에 올랐다. 강둑을 수없이 오가며 강물을 내려다 보았지만 내 생명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자살을 허락하지 않으신 하나님은 밤 12시가 다 된 시간, 교회로 내 발걸음을 인도하셨다. 당시 12시면 통행 금지가 있었던 때라, 요리조리 골목길을 거쳐 교회까지 갔는데, 교회 대문이 잠겨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늦은 시간에 교회 목사님을 깨울 수 없어서 교회 대문을 넘어 들어갔다. 그런데 예배당 문도 잠겨 있었다. 창문을 하나하나 흔들어 보기 시작했다. 마침 창문 하나가 열려 있어서 들어갈 수 있었다. 기도로 밤을 세우고 이튿날 집으로 돌아갔다. 차마 자살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가출사건은 끝이 났다.

이후 고학을 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대를 가려고 했지만, 하나님께서는 필자를 사용하시고자 했는지, 신학대학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신학과정을 마치고 시골 산골짜기에서 3년간 목회하는 동안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 개척교회로 옮기면서 3년 섬긴 후, 서울 상계동에 위치한 상신교회에서 부목사로 3년간 섬기는 중 선교사로 부름을 받게 됐다.

산골짜기 교회에서 시무할 때부터 선교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1989년 6월, 교회 당회장 목사님에게 필리핀 선교사로 나가겠다고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준비과정을 거쳐 상신교회로부터 선교비 500달러 정도를 책정 받고 다른 친구 목회자들로부터 4교회의 후원 약정 400달러를 받고 선교지로 향했다.

1989년 7월 18일 우리 가족 네 식구와 더불어 아버지가 동행하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낮선 곳에 가는 것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함께 가보겠다며 동행하게 됐다. 아버지 외에도 오영환 목사, 방숙희 전도사가 선교 초행길에 함께 해 총 7명이 동행했다. 아버지는 선교사로 나가는 것을 많이 반대 하시면서 시골 고향 동네에 교회를 지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시기도 했다. 온 가족이 필리핀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에 짐을 준비하다가 보니 짐 무게가 총 300킬로미터나 됐다. 필리핀을 향하는 비행기는 마닐라 공항에 밤 11시 30분에 도착했다. 워낙 많은 짐을 찾다보니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짐이 많아 공항 푸시카트에 3대나 꽉 차게 됐다. 공항 세관은 우리를 따로 불러 짐을 일일이 검사했다. 짐 검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호텔로 갈 수도 없게 되어, 일행과 의논 끝에 공항 로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공항 한쪽에서 모두들 쪼그리고 앉아 밤을 지새웠다. 사실은, 공항에서 우리를 마중나오기로 약속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모두가 영어에 서툴렀다. 이런 형편 가운데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정말 막막했다. 우리가 가는 최종 목적지는 세부섬이었는데, 마닐라에서 세부까지는 고작 1시간 거리로 서울에서 제주도 정도의 거리였지만 발이 묶이고 말았다.

김용우 목사/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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