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시켜주시는 하나님

회복시켜주시는 하나님

[ 땅끝편지 ] 필리핀 편 7

김용우 목사
2020년 07월 14일(화) 00:00
보홀섬 뚜비곤 드림샬롬교회의 모습.
지난 2001년도에 선교에 큰 위기가 다가왔다. 우리가 현지 전도사에게 교회를 맡기고 2000년에 미국에서 안식년을 갖고 1년 후에 선교지로 돌아왔다. 그동안 현지 전도사는 자기 세력을 만들어 놓았다. 안식년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교회 제직회의를 소집했고, 전도사는 사표를 제출하며 몇 가지 조건을 제안했다. 자기가 그만두던가 아니면 선교사가 손을 떼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사실 이 전도사는 샬롬유치원 운영을 위해 고용한 운전수였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작은 섬 출신의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신앙심도 좋고 성실해서 신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등록시켜주었고, 마침내 신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나는 이 전도사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국가 검정고시를 쳐보도록 하자고 제안했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갖는 것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도사는 자신은 이미 신학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다른 학력은 필요하지 않다며 공부를 이어가지 않았다. 이런 배경의 전도사에게 교회를 맡겨두고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직들과 의논 후 사표를 낸 전도사를 사임시켰다. 교회는 술렁였고 일부 교인은 더 이상 교회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태가 수습되었고 안정을 되찾았다.

선교사역을 한 지 18년이 되던 해, 선교비 부족과 교회 분란 등으로 힘들어 하던 아내가 한국으로 돌아가자며, 철수를 선언했다. 결국 아내는 대학을 졸업한 큰 딸을 데리고 한국으로 떠나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 한 집사님 집으로 작별인사를 하러 갔다. 그러나 그 곳에는 하나님의 준비하신 '천사'가 있었다. 그 분은 다름 아닌 세계 각 나라에서 세상을 빛내는 네트워크로 기도운동을 하는 권사님이었다. 권사님은 세비넷 기도운동뿐 아니라 문화 운동도 함께 병행하고 있었다.

권사님은 우리 얘기를 듣고 우리 교회로 와서 새벽기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교회에 나와 기도회에 참석했다. 아내 김정옥 선교사는 권사님을 모시고 집으로 가 아침식사를 나눴다. 권사님은 거실 벽에 걸린 그림들을 보고는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전시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정옥 선교사는 "한국으로 철수하기로 했다"며 한국행을 고집했다. 권사님은 "그것은 하나의 뜻이 아니다"며 만류했다. 2달 동안 그림을 더 그린 후 단독 전시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전시 비용은 권사님이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사님은 끝내 김정옥 선교사를 설득하여 전시회를 열었다. 이렇게 우리 가정이 회복되었다. 10년 이상 건축을 진행하다 중단됐던 샬롬교회도 한 권사님의 후원으로 완성되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극한 상황을 기적처럼 회복시켜 주셨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김용우 목사/총회 파송 필리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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