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0년 08월 19일(수) 13:37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교회를 향한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급기야 지난 19일 '국민들께 죄송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돼 눈길을 끈다.

청원인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 그리고 기독교인이라서 가지는 민망함이 있어서 청원 아닌 청원 글을 쓰게 됐다"면서 "행정 당국이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벌어진 모든 일에 대해서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으로 벌어진 모든 일에 책임감을 느낀다"는 청원인은 "내가 있는 교회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교회가 병드는 일에 저도 일조했다"면서 "행동으로 막았어야 했는데 막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민 여러분들의 일상이 망가졌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는 또 "기독교인 중 같은 마음이면 '죄송합니다'로 청원에 동의해달라"고 부탁했고 그 뜻에 동참한 기독교인들의 "죄송합니다"라는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교회가 중심이 되면서 한 기독교인의 국민청원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목회자들도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김주용 목사(연동교회)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SNS)인 페이스북에 "기독교인들만 '교회가 원인이다 아니다' 따져 물을 뿐 세상은 모두 교회가 문제이고 기독교인들이 퍼뜨리고 있으며 목사가 잘못이라고 말한다.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면서 "기독교인이라서 죄송합니다. 목사라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김 목사는 전화통화에서 "참다가 참다가 억누르지 못해 최대한 억제하며 SNS에 글을 쓰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겪은 상황이 너무 참담해서 참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고, 문이 닫히려는 순간 한 모녀가 열림 버튼을 눌렀는데 나를 보고 타지 않았다"면서 "목사의 로만칼라셔츠를 보고 '목사나 교회 다니는 사람과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아야 한다'고 급히 판단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탄식의 한숨만 나왔다"는 김 목사는 "'그곳' 때문에 개학을 준비했던 아이들이 등교준비가 물거품 되었다. 이 아이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라"면서 "그러나 (그곳에 계신 분들) 아무도 사과하실 분이 계시지 않을 것 같아 대신 사과한다. 미안합니다. 나는 기독교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상갑 목사(산본교회·청년사역연구소 소장)도 "예수님께서는 교회인 우리를 세상의 소금이니 맛을 내라고 하셨다"면서 "이때 필요한 것은 냉철하고 냉정한 성찰과 회개"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목사는 "무엇보다 전광훈 씨가 목사면직을 당하고도 계속 개신교 기관의 대표로 있도록 방치한 한국교회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오늘 기독교 지도자들이 성경 진리에 기초해서 세상을 해석하고 성도들이 세상에서 소금과 빛으로 살아가도록 지도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그는 또 "가장 정직하고 가장 정의로워야 하는 기독교가 세상에서 손가락질 당하는 민폐 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움을 전하며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고민하면서 어찌하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고뇌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교회 전체를 향한 혐오가 확산되고 있어 더 큰 우려가 되고 있다. 한 식당에서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당분간 받지 않는다"는 '경고문(?)'이 붙여지고 '극단적인 이기주의 집단' '대테러집단' '국민민폐' '국민좀비집단' '예수쟁이처단' 등 교회를 향한 혐오발언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인들은 "우리가 아무리 그들과 다르다고 해도 세상 사람들은 하나로 본다"면서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억울하면서도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교회가 마지막 기회까지 놓친 것 같아 참담하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교회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고, 경각심을 넘어서서 반성 할 때"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지금 교회를 향한 사회의 비난과 혐오에 대해서도 이성적으로 설득할 수 없고, 억울해 할 수도 없는 상황임을 교회가 알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사회와 동떨어진 신앙생활을 했었는지 제대로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