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는 것이 주의 뜻입니까?

옮기는 것이 주의 뜻입니까?

[ 땅끝편지 ] 영국 장순택 선교사3

장순택 선교사
2020년 09월 01일(화) 09:34
예배 중 찬양하는 이스트본교회의 영국인과 한인 학생들.
영국 본머스에 와서 3년 동안 주일 오전엔 영국교회, 오후엔 한인교회를 섬기고, 또 매주 화요일엔 영어 찬양모임을 이끌던 중 이스트본한인학생교회 목사라는 분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이 갑자기 한국에 들어가게 됐는데 후임자로 누군가 필자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지인 교회를 섬기고 싶어 영국에 온 것이었기에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목사님의 강한 요청과 티나 할머니의 권유로 3시간 거리인 그 교회에 '주님의 뜻을 보여달라'고 기도하며 방문하게 됐다.

2시에 시작하는 예배엔 10명 정도의 한국 학생과 10명 정도의 영국인이 참석했다. 이 영국인들은 알콜중독자, 마약중독자나 판매상,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과 노숙인들이었다. 목사님이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후 부인의 전도로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이라고 했다. 같은 영국인들에게도 외면 받던 그들은 아시아 여성의 친절과 예배 후에 주는 따뜻한 밥에 이끌려 교회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설교 시간에 목사님은 한국말로 전하고, 부인이 영국인들 사이에 앉아 통역을 했는데, 설교, 통역, 회중들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집중하기 힘들었고, 필자도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배 후에 다같이 점심을 먹는데 한국 학생들은 모두 사라졌고, 부인만 영국 교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목사님은 "영어가 안 되니 너무 힘들어서 후임자는 꼭 영어가 되는 분을 찾고있다"고 하셨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러나 우리가 올 곳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다음날 이스트본에서 전화가 왔고 우리는 "못갈 것 같다"고 말했는 데, 그후로 "다시 기도해 보시면 좋겠다"며, 매일 전화가 왔다.

필자의 아내는 "그 교회에서 본 학생들의 얼굴이 자꾸 떠오르며 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스트본에서의 전화와 아내의 이야기를 깊이 묵상하며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지금 살고 있는 본머스엔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집,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의 부주방장 일자리, 봉사하는 교회들과 동료, 여러 지인들이 있지만 이스트본엔 아무도 없었고, 그 교회로 가는 것은 마치 사막 한 가운데에 버려지는 느낌이었다. 이런 마음을 아내와 나누며 기도하다가 '길 잃은 양 같은 그들에게 우리가 가자'고 결심했고, 후임을 구한 목사님은 예정 대로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우리가 이스트본으로 가겠다고 발표했을 때 섬기던 영국교회 목사님은 크게 서운함을 표하셨고, 필자가 일하던 호텔에서도 당황해 했으며, 티나 할머니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필자는 왠지 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스트본으로 이사하자 한국 학생들이 "목사님이 이사오셔서 너무 좋아요. 그동안 힘들고 어려워도 갈 곳이 없었거든요"라고 말한다. 알고보니 전임 목사님은 런던에 거주하며 주일에만 왔다고 한다. 또한 이곳의 영국 교인들은 원래 교육 수준이 매우 높고 영어 발음도 세련된 상류층이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형편이 어려워져 지금은 무시당하며 사는 분들이었다. 이들 역시 밤마다 여러 명씩 찾아와 본인의 인생사를 쏟아놓거나 토론하거나 다투었고, 그런 중에 우리 부부의 영어 실력은 놀랍게 향상됐다. 그리고 우리가 온 후에 한국어 예배를 영어예배로 바꾸면서 유럽의 젊은이들과도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됐다.

장순택 목사 / 총회 파송 영국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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