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기능이 살아야 한다

가정의 기능이 살아야 한다

[ 현장칼럼 ]

도주명 목사
2020년 09월 14일(월) 14:32
다문화 사역을 하면서 가진 경험을 나누는 세 번째 연재다. 이번 연재의 주인공은 필자와 특별한 관계이기에 빠지면 삐칠 것 같은 건강한 항으로 하기로 했다. 행복한 프엉도 필자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건강한 항은 아빠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이름으로 개명할 때 필자의 성과 본관을 따라 성주 도 씨로 개명을 할 만큼 필자를 좋아한다.

건강한 항은 필자에게 새로운 기쁨을 안겨 주었다. 행복한 프엉의 수줍은 많은 딸과는 다르게 두 아들의 귀여운 애교를 볼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늘 설교가 한창일 때 교회에 와서는 설교하고 있는 필자에게 '멋쟁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안아달라고 조르는 통에 안고 설교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라는 말은 오묘한 말인 것 같다. 교회의 다른 아이들에게는 친근하면서도 엄격한 필자를 손자가 된 두 아이는 바보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고, 조부모를 통해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는 절대 나쁜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건강한 항의 남편을 보면 예전의 남편들과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건강한 항은 남편과 20살 차이가 난다. 그런데 둘의 다툼은 항상 항이 이긴다. 옷이 작은 것 같은데도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옷가게 점원의 뻔한 거짓말과 같이 억지로 우기는 건강한 항에게 남편은 알면서도 져 준다. 아내와의 약속에 담배도 끊었다.

요즘은 교회들의 관심이 없는 사이 이단들이 다문화 가정에도 많이 접근한다. 건강한 항에게도 이단들이 포교하기에 필자가 안 되겠다 싶어 필자의 교회에 나오라고 권했고 종교가 없는 남편은 다른 교회는 안 되지만 우리 교회는 나간다면 괜찮다고 허락해 주었다. 처음에 남편은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교회에 오가는 길이 힘들고, 집에 혼자 있기 뭐해서 교회에는 같이 왔지만 예배에는 함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회 주방에서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그러던 것이 요즘에는 예배에도 참여한다. 가끔 '아멘'도 한다. 필자가 이제 교회의 가족이 되었느냐 질문에는 아직은 그냥 웃기만 한다.

이런 건강한 항의 가정에도 문제가 있다. 그건 친정 오빠들 때문이다. 부모님께 보내드린 돈에 맛을 들인 오빠들이 계속해서 돈이나 물건들을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오빠들의 부탁 때문에 남편이 주는 돈으로는 부족해 식당에서 알바를 해서 돈을 마련해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며 놀아주었는데 요즘에는 피곤해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한다. 아이들을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는 것이 대부분 남편 몫이 되었다. 어느 순간 엄마와 아빠 중 누가 좋으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아빠'라고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게 되었다.

그래도 필자는 든든한 남편이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필자의 목회 현장에는 한 부모, 조부모, 재혼,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형태의 가정이냐가 아니라 가정이 가정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느냐이다. 건강한 항의 가정은 건강한 가정이다. 스무 살의 나이 차이, 출신국가, 원가족과의 관계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든든한 남편이 있어 잘 살아간다. 그리고 아이들은 당당하게 잘 자라고 있다. 요즘 남편은 아내의 다이어트를 돕기 위해 직접 식단을 짜고, 재료를 사다가 식사준비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오늘도 건강한 항의 든든한 남편이 점심을 같이 하자며 필자에게 데이트를 청해 왔다.

도주명 목사/온교회다문화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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