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공감책방 ] '우린다르게 살기로 했다'와 '헤엄이'를 통해 본 '공동체'의 의미

황인성 목사
2020년 09월 18일(금) 09:27
바다에서 사는 작은 물고기 '헤엄이'는 다른 빨강 물고기 친구들과는 달리 혼자만 검정 물고기이다. 그래도 무리 중에서 가장 빨리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이다. 어느 날 큰 물고기가 물살을 가르며 쏜살같이 달려와 한 입에 빨간색 작은 물고기들을 다 먹어버렸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던 '헤엄이'만 살게 되었고 이후 쓸쓸히 혼자서 바닷속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바다 깊은 곳에서 예전의 친구들과 같은 빨간색 작은 물고기 무리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큰물고기에 잡아먹힐까 봐 다른 곳으로 이동도 하지 못한 채 바위 틈에서 숨어지내고 있었다. 헤엄이는 그동안 자신이 경험한 멋진 세상을 다른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좋은 수가 있어! 우리 모두 한 데 모여서 헤엄치는 거야.
바닷속에서 제일 큰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서 말이야!'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헤엄이' 중에서

작은 빨간 물고기들이 큰 물고기 모양을 이루어 다니게 되었고 검정 물고기 '헤엄이'는 큰 물고기 모양의 눈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른 큰 물고기들과 함께 멋진 세상을 여행하게 되었다.

레오 리오니의 그림책 '헤엄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은 개체들이 모였을 때 단순한 조합 이상의 큰 에너지를 갖게 됨을 판화기법의 그림을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책은 단순하지만 명료하게 '공동체'의 의미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무리 중에서 제일 다른 모습이었던 '헤엄이'는 공동체 안에서 이상한 존재가 아닌 꼭 필요한 부분을 감당하는 존재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할 때 '공동체'는 여전히 이상적으로 들리고 자신의 삶이 없어질 것만 같은 다가서기 어려운 개념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지금 '돌봄'이 사라지는 외로운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늘 고민이 생긴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적 삶이 더 자주 거론되지만, 여전히 우리 속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 하고자 하는 '대면'의 욕구가 존재한다.

종교전문기자인 '조현'은 실제로 한국과 해외에서 이러한 큰물고기 모양을 이루며 살아가는 공동체들을 탐방하고 그 특징들을 소개하는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를 출간했다. 동네에 우연히 탁구장이 생겼고 그곳이 아지트가 되어 마을을 변화시킨 이야기,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서 결국 함께 집을 짓고 사는 마포 어느 마을 이야기, 공동육아의 형태를 뛰어넘어 이미 수십 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 직접 마을을 이루며 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공동체, 50여 명이 함께 사는 대규모 쉐어 하우스, 마을기업을 통하여 재정적 도움을 받으며 협업을 이루어가는 협동조합 형태의 공동체, 그리고 종교적 이유로 모인 명상, 수도 공동체 등등….

저자는 결국 이러한 다양한 공동체들을 직접 체험하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함께 자신을 지지하는 그룹을 지속시키려는 노력, 갈등이 생겼을 때 피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자세,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열린 마음이 이런 다양한 공동체들의 공통점이라고 보았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이 외로운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혼자 싸워야 하는 큰 물고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헤엄이'가 그랬던 것처럼 함께 이 멋진 세상을 경험하게 해 줄 방법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지루하지만 매우 중요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 만들어갈 수 있는 큰 물고기 모양은 무엇일까? 물고기의 눈처럼 다른 사람과는 구별되지만, 공동체에 풍성함을 주는 나만의 독특성은 무엇일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그리고 외로움을 넘어서 우울감이 더해지는 코로나블루 시대를 겪는 우리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고 함께 힘을 모아 혼자서는 맞서기 힘든 도전들을 극복해가는 다양한 건강한 공동체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다.

황인성 목사 / 책보고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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