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란 무엇인가?

추석이란 무엇인가?

[ 공감책방 ] 긴 명절 휴대폰 대신 잡으면 좋을 세 권의 책

최아론 목사
2020년 09월 27일(일) 21:33
# 질문이 유예된 긴 쉼의 기간

2년 전 추석, 한 일간지에 실렸던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은 전통매체와 SNS를 통해 퍼졌고, 당시 영향력 1위의 언론인에 의해 뉴스 시간에 인용되기도 했다.

내용은 명절 때 만나 당신의 삶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가족과 친척을 대하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 학업, 결혼, 취업 등에 대해서 묻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오히려 되물어라, 추석이란 무엇인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져라, 그러면 그 질문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는 반어법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명절을 보내는 법 part 2를 썼는데, 거기에는 명절이라는 말에, 추석에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말아라, 그날 또한 이번 생의 많은 날들 중 하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글이 널리 회자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명절이나 친족의 관계에서 질문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고, 질문받는 사람은 다시 질문할 수 없는 관계로 형성된 닫힌 사회이기 때문이고, 글쓴이가 이 문제를 반어법 혹은 유쾌한 유머로서 질문은 받지만 답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마음의 이야기를 대신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칼럼을 읽었다고 해서 가족들을 향해 추석이란 무엇인가, 혹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던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을 365일 중의 하루처럼 여기시라고 부모님께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2020의 추석은 어떤 질문도 받지 않을 수 있는, 거리 두기가 가능한 명절이다.

그렇다면 질문이 유예되어 있는 이 긴 쉼의 기간 동안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 한 영화평론가는 중간부터 봐도 관계없는 영화를 보라고 권한다. 이미 본 적이 있는 검증받은 영화를 다시 보는 방법을 권한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 중 첫 번째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기라는데, 나름 긴 휴일을 이용해서 평론가가 추천한 편하게 봤던 영화를 다시 시청해도 좋겠다. 뭔가 삶에 깊은 의미 부여를 하거나 사랑이 과하거나, 너무 잔인한 작품은 제외다.

# '아침에는 죽음을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그리고 봤던 영화를 다시 볼 때 한 손에 휴대폰이 아닌 책을 잡아 보는 것이다. 김영민의 책도 좋겠다. 명절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논어에 대한 가장 유쾌한 접근법인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최근작인 「공부란 무엇인가」이다. 김영민은 하버드 박사, 서울대 정외과 교수라는 직함과 어울리지 않는 가벼움을 가졌다. 그런데 그 가벼움이 천박해 보이지 않고 싫지 않다. 가정이지만 저자에게 묻는다면, 그의 글을 읽고 웃는 독자들을 바른 자세로 밑줄 그어 가며 읽는 독자보다 더 좋아할 것이다.

논어를 공자와 그가 못 먹은 고기 이야기로 반복해서 풀어 간다든지, 마키아벨리가 말한 뛰어난 소수만이 '찬란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고 말하다가, 그 예로 자신이 경험한 한결같이 맛없는 식당의 모습을 찬양하는 장면, 공부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체력이라고 말하면서, 장미란 선수의 유학 소식에 안도하며 건투를 비는 저자의 모습은 과도한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는 국내 칼럼들 사이에서 저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저자라면 봤던 영화를 다시 보며 이미 알고 있는 영화의 지루한 장면 즈음에 자신의 책을 한번씩 펼쳐보는 독자를 자신의 책에 최선의 예를 갖추는 독자로 생각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서문부터 꼼꼼히 읽을 필요도 없고, 끝까지 읽어야 하는 줄거리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수많은 질문들로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줄 김영민의 책들을 준비하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질문이 유예된 명절을 맞이해보자.

최아론 목사 / 옥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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