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극단화 현상을 경계하며

집단극단화 현상을 경계하며

[ 주간논단 ]

양혁승 교수
2020년 10월 28일(수) 10:00
요즘 우리 사회에 극단적 입장을 견지하는 집단들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리고 대립적 입장을 견지하는 집단들이 경쟁하면서 그 갈등은 더욱 더 증폭되어 우리 사회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종종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이러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극단적 사고를 가진, 돌출적 성격의 소유자들이 아니라, 대부분 보통의 우리 이웃들이며, 때론 내가 그들 중 한 명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하버드대 로스쿨 선스타인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로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에 들어가면 그들의 사고는 극단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집단 구성원들끼리 공유하는 비슷비슷한 정보와 판단이 서로의 생각과 확신을 강화하기 때문에 점차 구성원들의 '확증 편향'이 심해진다. 또한 집단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보나 의견을 개진해야 집단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무언의 '평판 압력'을 받기 때문에 집단 구성원들의 의견에 반하는 객관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도 그 집단 안에서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그들끼리의 상호작용이 에코 효과를 통해 극단화를 심화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곧 집단극단화(group polarization) 현상이다. 특별히 한 집단 내에서 강한 권위를 갖는 리더가 특정한 입장을 강하게 표명할 경우 집단극단화의 역학작용은 크게 강화된다.

사회적 네트워크(SNS)를 통해 사회구성원들 간 연결이 쉬워지면 직접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기대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갖는 사람들이 생산적 토론 프로토콜을 따를 때 비로소 가능하다. 즉, 나와 다른 정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열린 마음으로 토론함으로써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최선의 해법을 찾고자 할 때 비로소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관계를 맺고 그 관계 속에서 서로의 신념을 강화해주는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데 활용됨으로써 구성원들의 확증 편향과 사고의 극단화를 강화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한 역기능의 한 축을 '선한' 의도를 가진 일부 기독교인들이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극복해야 할 불편한 현실 중 하나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 수 있는 확증 편향과 사고의 극단화를 피하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들을 자주 접하고 배우려는 열린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집단 수준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견제와 균형의 장치를 제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히 권위적 위치에 있는 리더들은 진솔하게 자신을 모니터링해줄 사람을 옆에 둠으로써 균형감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양혁승 교수/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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