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이곳에서 전쟁 피해 여성의 마음 위로해주길"

"영원히 이곳에서 전쟁 피해 여성의 마음 위로해주길"

[ 특별기고 ]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을 보며

허승우 선교사
2020년 10월 26일(월) 14:37
2020년 9월 28일 주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의 중구(Bezirk Mitte), 모아비트(Moabit) 지역 거리에 작은 동양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상 하나가 세워졌다. 독일에서는 위안부상(Trostfrauenstatue)라고 부르는 평화의 소녀상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서쪽으로 구만리를 날아와 2차 세계대전 전범의 나라에 소리 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이 날의 설치 의식은 전쟁이 끝난 지 7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독일과는 너무나도 다른 일본의 방해를 의식해 의식을 준비하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외적인 공보도 없이 숨바꼭질을 하듯 진행되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고 실행한 시민단체는 '코레아협회(Korea Verband)'였다. 이 단체는 1960년대부터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일을 한 독일인들과 '아시아의 집 재단(Stiftung Asienhaus)'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당시 독일 개신교회(EKD)의 선교부(Missionswerk)는 긴밀한 협력과 도움을 주었다. 코레아협회는 1990년에 쾰른에 설립되었으며 남북한 간의 협력과 통일을 주된 사업으로 하였다. 2008년 베를린으로 사무실을 옮긴 후에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12년이 흐른 뒤인 2020년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코레아협회와 베를린 주교회 선교부는 베를린 중구의 구청장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평화의 소녀상 설치 허가를 받았다. 영구적인 설치가 아닌 1년 동안 만 전시하는 형식을 취하였다. 중구청장은 아마도 평화의 소녀상을 전쟁 중에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갖는 예술 작품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일본은 외교적인 관계를 동원하여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베를린시 중구청장에게 요청하였고, 당황한 구청장은 2주일 내에 소녀상을 철거할 것을 코레아 협회에 통보해 왔다.

독일에 처음으로 소녀상을 세우려고 했던 지역은 수원시와 자매를 맺은 프라이부르크(Freiburg)이었다. 이곳에서도 시장이 허락하였지만 이 사실을 안 일본의 항의로 취소되었다(2016년). 그렇게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도 상황이 어렵게 되었다. 그러다가 독일 남동부 작은 도시 레겐스부르크(Regensburg) 근교에 있는 독일인이 개인적으로 소유한 히말라야 공원 한 구석에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2017년 3월 17일, 안점순 할머니 참석). 그러나 개인 공원에 세워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영사관은 이 주인에게 협박을 하여 소녀상의 설립 취지가 기록된 동판을 제거해 버렸다. 그리고 2020년 3월 8일 두 번째 소녀상이 라인마인한인교회(Frankfurt, 강민영 담임목사) 앞 마당에 세워졌다. 라인마인한인교회 성도들과 헤센-나사우 주교회의 협력의 열매였다. 그리고 세 번째 소녀상이 베를린에 세워진 것이다. 베를린에서는 공공장소에 세워졌다는 것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여러 많은 한인교회들과 기독교재독한인교회(회장 조성호 목사)와 시민단체들이 협력하여 이룬 결과였다. 특별히 독일 교회를 대표하는 독일 동아시아 선교회(DOAM)와 베를린 주교회의 선교부(Berliner Missionswerk)가 큰 역할을 하였다.

10월 14일 철거 통보를 했던 베를린 중구청장은 독일 시민단체들과 베를린 사회민주당(SPD) 등 많은 독일 시민들과 교민들의 반발로 코레아협회와 대화를 통하여 앞으로의 미래를 논의하기로 했다.

전쟁의 참상에 대해 기꺼이 참회하는 독일 당국과 일본은 많은 비교를 하게 한다.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이 영구히 그 자리에 머물러 전쟁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던 위안부 할머니들과 세상의 모든 피해 여성들의 마음을 위로하여 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허승우 목사/독일 뉘른베르크-에얼랑엔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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