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공간, 빛으로 만나다

사유공간, 빛으로 만나다

[ 기독교미술산책 ] 원문자 작가의 '산책'

유미형 작가
2020년 12월 02일(수) 10:10
사유공간(思惟空間) 72x87cm 한지에 수묵, 2003
원문자 작가는 한지에 먹을 사용하지만 정형화된 동양화 수법의 수묵화가 아닌 추상적 사유공간(思惟空間)을 소유한다. 일찍이 동양화 개념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입체적 수법을 모색한 선구자라고 평가된다. 한지부조에 대한 실험적 탐닉은 한국화 조형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결정적 역할로 그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작품도 한지를 사용한 부조형태로 한지가 지닌 물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현대미감의 세련된 조형성과 모던함이 백미이다. 화면은 동양철학을 담은 단색조 수법에 의한 3차원적 구성으로 여느 집 같기도 하고, 예배당 같기도 하고, 하늘나라 본향을 향한 여정 같기도 한 오묘함을 재현한다. 화면은 빛과 어두움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흑과 백, 천국과 지옥, 생명과 죽음, 선과 악 따위의 영성 깊은 상징과 의미가 가늠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은 전통회화라기 보다는 추상화 느낌이 더 강하다. "추상성은 자신의 내면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특별히 흰색 표현은 한지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흰색은 가능성이 많은 색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자신이 정신적인 자유를 얻고 대중도 자유를 공유하기 바란다"라고 토로한다. 작품은 두 개의 별개 작업을 한 화면에 재구성하여 검정색 면과 짙은 회색 면을 부조형태로 마감했다. 화면 속 빛의 세계는 생명이며 아버지의 나라의 절대적 현현(現現)이다. 검정색 면의 교회지붕 같은 낯익은 모양새는 이 땅에 살지만 하늘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보인다. 그가 한동안 빛과 어두움이라는 주제로 작업하던 즈음의 작품으로 깊은 영적 몰입의 경지가 보인다. 현대 빛 작업의 거장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1943~)은 "빛은 깨우침의 매체가 아니라, 깨우침 그 자체이다"라고 말한다. 빛의 공간 연출은 생명체 모두에게 생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성경은 '참 빛이 있었습니다. 그 빛은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췄습니다'(요 1:9)라고 기록한다. 빛은 생명의 근원이요 그 생명의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진리가 명료하기에 그의 화면도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컴퍼지션(composition)으로 묘출한 것이다. 원문자의 '사유공간(思惟空間)'을 관조하며 빛 되신 예수를 묵상한다면 우리 삶의 여정은 그리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주께서 빛으로 오셔서 어루만져 주시기 때문이다. 빛으로 오신 주님과 온 종일 함께하므로 우울, 허무, 고독은 물러가고 기쁨과 감사의 기도로 충일한 나날이 될 것이다.

지금은 성탄의 계절이다. 우리는 주님으로 인하여 죽음에서 생명으로, 영벌에서 영생으로, 지옥에서 천국으로, 마귀의 종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신분이 세탁 되었다.

이 얼마나 심쿵한 일인가!!!


유미형 작가/평론가

# 원문자 작가 소개

-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대학원 회화과 졸업
- 개인전/11회 단체전/다수, 아세아주 여류화가 대전(홍콩 City Hall 전람청1996), 중앙 비엔날레 초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제10회 인도 트리엔날 ( 뉴델리, 인도 2001)
- 수상/대한민국국전 대통령상(1976), 대한민국국전 국회의장상(1970), 대한민국기독교미술상(2005), 석주미술상(1997)
- 현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미술학부 한국화전공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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