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공감은 나에게 좀 낯선 단어다"

"소통과 공감은 나에게 좀 낯선 단어다"

[ 기고 ] 코로나 시대, MK에게 듣는다

차유진 기자 echa@pckworld.com
2020년 12월 02일(수) 11:21
공감과 소통은 선교사 자녀인 나에게 조금은 낯선 단어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국을 떠났고 12년간 타국에서 살았던 시간들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추방 또한 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방학이 되면 부모님을 따라 소수민족 마을에 들어가 두 달씩 살다 나와야 했다. 이것은 새로운 문화를 통해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소수민족 마을의 생활은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가 않았고 온몸이 빈대에 물려 고생도 했다. 사람들은 MK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다는 이유로 부러워한다. 하지만 두 문화 사이에서 겪는 상처는 알지 못한다. 많은 MK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전세계 MK들과 다르지 않게 문화, 언어, 차별이라는 벽을 넘어서야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견디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점점 내성적으로 바뀌었고 소심해졌다. 현지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맞지 않아 홈스쿨링을 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고등 과정까지 통과했다. 16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현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다. 17세에 부모님이 추방을 당하시며 형과 나는 현지에 남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외국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1월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다. 2월 말에는 돌아갈 계획이었으나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MK에게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미래와 희망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내 마음을 지키기도 힘든데 신앙을 지키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바꾼 것 같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어렵고 당연했던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됐다. 변화 된 일상 때문에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청소년이 많다고 들었다. MK들도 우울하고 힘들텐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감사하다. MK에겐 소통하고 공감할 사람이 곁에 있는게 큰 도움이 된다. 한국교회도 MK들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신앙이나 삶의 부분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주면 좋겠다. 지금 바로 도움이 필요한 MK와는 온라인 소통도 가능하다. 아직 글 쓰는 것이 많이 부족하지만 한국교회가 MK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MK들도 위로를 얻었길 소망한다.

MK 서영원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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