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켓 전도

피켓 전도

[ 독자투고 ]

이규창 장로
2020년 12월 01일(화) 07:47
아침 8시다. 4차선 도로 진천읍 신성4거리. 네 개의 교통섬에 중년의 남성과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서있다. 연노랑색의 아크릴 피켓에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 하십니다. 힘내세요' 라고 쓰여 있다. 진천중앙교회에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역점을 두고 실시하는 비대면 전도 장면이다. 교회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문하거나 만나서 대화하기가 어려운 세태를 반영하여 피켓전도를 구상했다. 교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자비로 피켓을 만들고 시간과 장소도 자율적으로 정해 지속적으로 실시하기로 했고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나는 매주 월요일,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차량이 가장 많이 운행하는 출근 시간대에 신성4거리에서 전도하기로 작정하고 지금까지 두 달여 동안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장에 가기 위하여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후 피켓을 목에 건다. 그리고 현장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자동차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도록 살피며 교통섬에 들어선다. 피켓을 정성스레 들어 눈높이에 맞춘다. 4거리 도로를 바라보고 운행하는 차량의 맞은편에 선다. 운전자의 눈에 잘 보이도록하기 위함이다. 피켓 전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 자리에 서서 한 시간을 서있는 일이다. 시간은 일정하게 흐르지만 일의 종류에 따라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활동은 길게 느껴지는 쪽이다. 지루하지만 나만의 시간이기도 하다. 제일 먼저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에게 오늘 하루도 사고가 없는 평안한 날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맡은 일들을 잘 감당하여 큰 성과를 올리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빈다. 어디선가 나와 같은 시간에 피켓을 들고 서 있을 대원들을 생각한다. 이렇게 많이 다니는 차량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하나님 사랑을 알고 예수를 믿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

그러나 한 시간이 다 지나가지는 않는다. 남은 시간 그냥 서있기도 무료하여 사방을 살핀다. 교통신호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운행되는 차량 행렬을 보면서 감사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들의 행렬, 왼쪽 차선이 열렸다. 한 무더기의 차량이 지나가면 정면의 차선이 열린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오른쪽의 차들이 움직인다. 또 조금 있으면 뒤쪽에서 차량들이 내 앞을 지나간다. 몇 분 사이에 수 백 대의 차량이 이쪽저쪽으로 움직이는데 매끄럽게 다듬어진 수로관을 흐르는 물처럼 거리낌 없이 유유히 통행한다. 만약에 '신호등이 없었다면....' 엉뚱한 생각도 해보며 히쭉 웃음을 짓기도 한다.

신호등이 작동하는 것도 유심히 본다. 빨강색 다음엔 파랑색과 좌측 방향 표시가 나온다. 다음엔 노랑색이 잠깐 들어 왔다가 다시 빨강색으로 변한다. 신호등과 차량의 운행, 반주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처럼 하모니가 참 잘 맞는다. 현수막 거치대에 걸린 광고를 본다. 지역민들 삶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파란 하늘과 조화가 맞는 우뚝 솟은 아파트와 멀리 보이는 산들을 바라보면서 '참 아름다운 동네다'라며 기분 좋은 감상에 젖어보기도 한다. 계획된 하루 일정을 상기하고 나의 역할을 생각할 때도 있다.

피켓 전도대원들은 카톡방이 있다. 전도대 알림방이지만 새로 가입하는 분들을 소개하고 활동상황을 사진으로 올리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한다.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한 눈으로 볼 수 있고 새롭게 다짐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해서 참 좋다. 그러나 나는 보기만 하지 댓글을 달지 않는다. 센스도 부족하고 특별한 멘트도 없어 대원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카톡방의 주인이다.

이 피켓 전도는 그동안 국제 피켓선교회라는 단체로 발전했다. 우리교회에서는 100명 이상, 전국에는 1000여 명, 세계에는 1만여 명을 목표로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피켓은 우리교회에서 제작해 보내주고 함께하는 교회에서는 전도만하면 되도록 설계했다. 전국교회에서 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미국과 몽골 등 몇 개 나라에서도 신청이 들어 왔다고 한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은 잘 모르겠지만 이 전도는 한명 한명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므로 크리스천의 크고 귀한 사명이다.

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 조용히 현장을 나선다. 차량은 출근시간이 지나며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하다. 우리의 계획대로 전파되어져서 큰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온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피켓을 들고 전도를 하고 있을 대원들에게 '파이팅' 이라 외치며 위로의 인사를 드린다. 하나님을 믿고 사랑을 받아 복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뿐이 아니리라. 간절히 기도한다.

이규창 장로(진천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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