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행복해야 교회도 행복할 수 있죠"

"이웃이 행복해야 교회도 행복할 수 있죠"

[ 우리교회 ] 서울강남노회 온무리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21년 01월 14일(목) 07:44
샬롬학교의 어르신들이 동네 청소년들의 공연을 보고 있다.
주민센터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방과 후 무료 공부방에 장학금을 전달한 후 발언하는 조용선 목사.
동네 주민들이 교회를 제 집 드나들듯 출입하고, 담임목사가 지나가면 친근한 동네 아저씨처럼 인사하는 그런 '마을교회', 동네의 슈퍼마켓만큼이나 문턱이 낮은 그런 '동네교회'는 없을까?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강남노회 온무리교회(조용선 목사 시무)는 '동네교회'를 지향하며, 최근 교회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온무리교회는 설립된 지 112년이나 되는 양재동의 터줏대감이다. 그러나 7년 전 조용선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해 동네 사람들을 만나보니 온무리교회를 알고 있는 주민들이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조 목사는 부임한 뒤 '마을의 일원이 되기 위해 동네 분들에게 인사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단다. 인근 중고등학교 교장선생님부터 불쑥 찾아갔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 그것도 목사의 방문에 놀란 듯 했지만 "학교에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돕겠다"고 인사하는 젊은 목사의 모습이 그리 싫지는 않았던가보다.

조 목사는 다음으로 양재1동 주민센터에 가서 동장과 복지팀장을 만났다. 이들도 갑작스런 목사의 방문에 당황하긴 마찬가지. 이 자리에서 그는 교회와 주민센터가 서로 협력할 일이 무엇인지 대화를 나누고, 역시 "교회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돕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양재1동 주민센터에 이웃돕기기금을 전달한 후
좋은 만남은 서로를 변화시키기 마련. 이러한 만남 이후 조 목사는 온무리교회의 구제비가 지역의 필요에 맞춰지기 보다는 교회가 임의로 사용처를 정해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후 교회의 구제비는 주민센터 복지팀장과 상의해 사용처를 결정하는 것으로 진행과정을 바꿨다. 주민센터에서는 지역의 방과후 공부방에서 무료로 공부하고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격려 차원에서 선물을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교회는 그 요청을 받은 이후 매년 그 일을 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주민센터에서 봉사인력이 부족하다고 연락해오면 온무리교회의 교인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 교회는 현재까지 양재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으로 교인을 파송하고 있다.

이렇게 동네주민들과의 만남이 잦아지다보니 교회의 추수감사절에 성도들에게 나눠주던 떡도 두배로 늘렸다. 추수감사절을 교인들끼리만 기념하고 감사하지 말고 이웃들과 나누자며 인근의 복지관, 경로당 등 골목 골목마다 누비며 이웃들과 나누게 됐다.

조 목사는 마을의 필요를 살피다가 또 한번 다짜고짜 인근 양재종합복지관을 방문해 관장을 만났다. 그랬더니 이미 교인들 중 몇 명이 소문내지 않고 그곳에서 오랜 기간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조 목사는 노인복지관의 시설이 너무 협소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언제든지 온무리교회 건물을 사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노인복지관은 온무리교회 건물을 너무나 자주(?) 애용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복지관 직원들이 '온무리 캠퍼스'라고 부르기까지 한다고. 오랫동안 복지관과 이렇게 협력 관계를 유지했더니 복지관은 조 목사를 아예 운영위원으로 임명했다.

온무리교회는 복지관뿐 아니라 주민들이면 누구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교회를 지역사회에 열기로 했다. 주중에는 연습할 장소가 없어 고민하던 동네 합창단이 교회에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의 회의장소, 동네 어르신들이 와서 악기를 배우는 장소가 됐다. 주말에는 누구든 결혼식 장소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교회 사택에 딸려 있는 원룸도 지방에서 서울로 공부하러 온 두 학생이 지낼 수 있도록 무상으로 제공했다. 너무 많은 이들이 들락날락하는 통에 교회 청소 담당 직원이 너무 힘이 들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라고. 그만큼 온무리교회는 교회 공간이 특정 교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민들과 공유하는 공간이고, 그들의 사는 모습과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기고 풀어지는 곳이 됐다.

온무리교회는 조 목사의 부임 전부터도 지역사회를 위한 노력들을 해왔다. 이중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하는 샬롬학교다. 샬롬학교는 매주 토요일마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문화공연과 식사를 제공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중단 상태이지만 매주 100여 명 정도의 노인들이 찾아 식사를 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친구가 그리워서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문화공연 시간에는 동네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1시간 반 가량 공연을 한다. 학생들의 봉사는 '온무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1365 봉사 사이트에 올리기 때문에 학생들도 자신들의 봉사실적을 학교에 제출할 수 있다.

온무리교회는 샬롬학교에 마을의 통장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교회 근처에 수십 년을 살았는데도 교회에 처음 들어와봤다는 반응에서부터 교회가 이렇게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까지 긍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고 한다.

온무리교회는 지역 상권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그 흔한 교회 커피숍도 만들지 않고,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인근 커피숍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밥도 가급적 멀리 나가서 먹지 말고 동네에서 먹으라고 권한다.조 목사는 "우리 교회 표어가 '행복한 성도, 행복한 교회, 행복한 이웃'"이라며 "성도만 행복하고 이웃은 불편해 하면 그건 진짜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역 공동체가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표현모 기자



"저는 '동네교회'의 '동네 아저씨'예요"

온무리교회 담임 조용선 목사 / 인터뷰




"누군가 양재동 주민센터에 가서 양재동에 30개가 넘는 교회 중 어느 교회에 가면 좋을까라고 물으면 아마도 공무원이 온무리교회에 가라고 대답해주실 것 같아요."

온무리교회 담임 조용선 목사는 '동네 교회'의 '동네 아저씨'가 목표인 '동네 목사'다.

"한번은 신학교 은사님들이 저희 교회를 방문하셔서 모시고 식당을 갔는데 서빙하시는 분이 '목사님'하면서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것을 보셨어요. 식당에서 나와 카페를 가는데도 동네 분들이 저에게 여러 주민이 인사하는 것을 보시고는 '강남 양재동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신기해 하시더라구요."

조 목사에게 목회철학을 물으니 "그런 거창한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 목사는 "철저하게 동네교회가 되려는 것 속에 사실 제 생각이 들어가 있다. 거창하면 어렵다. 한참 목회하다 보니 남들이 우리 교회를 선교적 교회라고 말하더라"며 "지역사회를 섬기는 것은 그것을 통해 몇 명 전도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섬김 자체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의 중요성을 알아나가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현재 조 목사는 개척교회들에게 예배당을 공유하고, 청년 창업을 위한 오피스를 제공하는 등 온무리교회를 향후 더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느라 머리 속이 분주하다.

표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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