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청빙에 대하여

목사 청빙에 대하여

[ 논설위원칼럼 ]

정훈 목사
2021년 01월 25일(월) 13:39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한다. 말씀이 선포되는 강단의 영성이 약해졌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필자를 비롯한 목사들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원인 중 하나가 목사 청빙 과정에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어렸을 적 생생한 기억들이 있다. 갑자기 교인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낯선 사람들이 예배에 참석했는데 틀림없이 우리 목사님 스카우트(?) 하려고 오신 타 교회 장로님들이 분명하다는 말들이다. 그랬었다. 교회 목회자가 공석이면 본 교회보다 작은 교회 중에 목회 잘한다고 소문난 교회로 장로님들이 찾아가서 예배를 드리고 교회 분위기를 살피면서 합당하다 여겨지면 우리 교회로 와주십사하고 간곡히 청했다. 올바른 청빙이다. 그러면 목사는 본 교회 버리고 갈 수 없다고 거절하고 청빙한 장로들이 그 교회 장로들을 설득하여 더 큰 교회에서 당신들의 목사가 마음껏 목회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보내 달라고 설득하였었다. 그래서 목사가 이사 가는 날은 대부분의 성도가 모여서 아쉬운 작별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랬기에 한국교회 강단은 뜨거웠다. 세계 기독교 역사상 가장 놀라운 부흥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과연 목사를 청빙하고 있는가? 이력서 보고 뽑기(?)하고 있지 않는가? 이력서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학벌뿐이다. 박사가 아니면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하니 대한민국 거의 대부분 목사들이 박사다. 박사는 강의하는 사람이다. 박사는 영성이 없어도 지식만 많이 보유하고 전하면 된다. 그러나 목사는 영성이 필수다. 그런데 이력서 어디에 영성에 관한 것을 기록할 칸이 있는가? 설교는 학벌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의 무릎으로 하는 것이다. 제출 서류 어디에 기도 칸이 있는가?

목사는 프로그램과 조직을 잘 관리하여 큰 교회 만드는 행정가, 경영자가 아니라 보냄 받은 곳에서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는 사명자들이어야 한다. 세상 지식은 부족해도 기도하는 낙타 무릎이 자랑이 되어야 하고 가시 같은 성도들이 아프게 찔러대도 사랑으로 품에 안고 인내하며 그들이 회개하고 변화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다리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서류만 보고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세상은 갈수록 행정 간소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교회 목회자 청빙 제출 서류는 갈수록 늘어 가는 것은 어쩐 일인가?

지금 목회하고 있는 목사에게 목사안수증명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대학 졸업자가 아니면 신대원을 갈 수 없는데 신대원 졸업자들에게 대학졸업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하며 심지어는 고등학교 성적증명서, 생활기록부까지 제출하라는 기가 막힌 현실이 가슴 아프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기독교는 과거를 붙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사는 것이다. 목회 현장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하나도 없는 목사에게 목회 계획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아무리 멋진 계획도 사상누각일 뿐이다. 목회 계획은 최소한 부임 후 1년은 지나서 현장을 파악한 후에 당회에 제출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야 가능한 것이다.

"존경하는 장로님들! 땅끝 바닷가 시골 교회 목사의 간곡한 소망입니다. 학벌 좋은 박사 목사가 대우받는 교회가 아니라, 자신의 야망보다는 하나님의 뜻을 좇으며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겠노라며 순종하며 사명감으로 불타는 목사, 나와 생각이 다르고 심지어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성도까지도 뜨거운 사랑의 가슴으로 품어주는 넓은 마음을 가진 목사, 세상 어떤 책보다도 성경 말씀이 더 가슴을 울리고 눈물의 기도가 멈추지 않는 성령 충만한 목사들이 대접받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로님들이 책상 위에서 서류 심사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목회 잘한다고 소문난 교회들을 찾아가십시오. 함께 예배하며 느껴보십시오. 그리고 간곡히 청하십시오. 이것이 올바른 목사 청빙이라 생각합니다."

정훈 목사/여천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