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기독교

고개숙인 기독교

[ 기자수첩 ]

이수진 기자 sjlee@pckworld.com
2021년 02월 01일(월) 14:03
지난 24일 주일부터 일부 인원의 대면예배가 허용돼 교회들마다 철저한 방역 속에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가운데 또다시 한 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기독교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졌다. 상주 BTJ열방센터, 부산 국제기도원에 이어 이번에는 IM선교회가 운영하는 국제학교에서 감염자들이 발생해 '또 기독교냐'는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IM선교회는 IEM, TCS, CAS, MTS 등의 이름으로 비인가 기숙형 국제학교와 선교사 양성학교, 방과후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중에도 합숙훈련을 실시해 대전 IEM국제학교와 광주 TCS국제학교 등 IM선교회발 감염자가 370여 명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감염확산에 비상이 걸린 광주지역에는 이 선교회가 운영하는 국제학교만 4곳이 있다. 이들 국제학교들은 지역 교회와 연계해 개설돼 있으며 한 건물에 교회와 학교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명칭은 학교로 부르지만 비인가 교육시설인 이곳에는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합숙하며 교육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IM선교회와 관련한 시설은 전국에 40여 개로 이들 교육시설 간에는 인적교류가 잦은 것으로 파악돼 감염 피해 확산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모든 국민들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강도 높은 지침을 실천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집밖 활동을 최소화하고 자영업자들은 생계에 위협을 느끼며 코로나 유행이 잠잠해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또다시 발생한 기독교와 관련한 집단감염 소식은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든다. 이에 기독교 연합기관들이 앞다퉈 대국민 사과를 하지만 향후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확산의 주역이었다는 인식은 지우기 어렵게 됐다.

학교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에서 IM선교회 마이클 조 대표는 코로나 한 가운데서도 지난 여름 수련회에 2000명이 거쳐갔다고 말하고 있어 선교회의 건강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 지난 해 학교수업이 대부분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거리두기 단계로 온 사회가 방역에 앞장섰던 것을 떠올려보면 대표의 발언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학생들을 수련회에 보낸 기독학부모들이 있었다는 것도 의아스러운 지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차영회 사무총장은 SNS상에서 "오래 전부터 준비된 사고"라며, "일부 부모와 교회가 결탁하여 영어만 잘하면 뭐든 한자리 한다는 욕심을 선교라는 껍질에 씌웠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자녀가 영어를 잘하길 바라는 부모의 열망도 다음세대를 하나님의 일꾼으로 길러내고 싶은 교회의 염원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신앙과 실력을 겸비한다는 미명 아래 방역을 무시한 처사는 다른 문제다. 이번 사태로 또다시 기독교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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