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눈, 잎눈, 겨울눈

꽃눈, 잎눈, 겨울눈

[ 주필칼럼 ]

변창배 목사
2021년 02월 26일(금) 10:00
겨울에 잎을 떨구는 낙엽교목은 대개 겨울눈을 달고 있다. 나무에 따라 겨울눈의 모습도, 생성도 매우 다양하다. 실상 겨울눈은 겨울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눈은 봄에 잎이 필 때부터 준비해서 여름에도 성장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휴면을 하고, 이듬해 봄에 눈이 터져서 가지와 이파리와 꽃을 피운다.

꽃눈과 잎눈은 생긴 모습이 다르다. 꽃눈은 동그랗고 잎눈은 뽀족하다. 속에 꽃잎과 암술 수술을 담고 있는 꽃눈은 둥근 모양이다. 잎을 말아서 담고 있는 잎눈은 뽀족하다. 딱총나무처럼 하나의 겨울눈에 꽃과 잎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겨울눈은 섞임눈이라고 부른다. 덩굴로 자라는 다래는 겨울눈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겨울눈이 껍질 속에 묻혀 있어서 드러나지 않는다. 여름에 꽃을 피기 때문에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묻어두었다고 해서 묻힌눈이라고 부른다. 겨우내 껍질 속에 묻어두고 있다는 뜻이다.

대개 겨울눈은 여러 층의 조직이 감싸고 있다. 바깥은 비늘 모양의 눈비늘조각이 눈을 보호하고 습기를 막아준다. 눈비늘에 나뭇진이 끈적하게 흐르는 나무도 있다. 안쪽에는 싹이 얼지 않도록 솜털로 덮여 있다. 그 안쪽에 나뭇진이 흐르고 가장 안쪽에 싹이 들어있다. 물론 어린잎이 솜털에 싸인채 드러나 있는 나무도 있고, 맨눈이 드러나 있어서 여름눈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쪽동백나무와 작살나무가 어린잎이 드러난 채 겨울을 나고, 한해살이풀들은 맨눈으로 겨울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벌써 나뭇가지의 겨울눈이 부쩍 통통해졌다. 남쪽의 매화나 동백은 이미 겨울눈이 터지고 꽃을 피웠다. 하얀 겨울눈 속에 피어난 은은한 매화꽃이나 붉은 동백꽃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아직 눈을 틔우지 않은 나뭇가지들도 물이 올라서 색이 바뀌고 있다.

눈이 터지는 시기도 각각 다르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는 꽃눈이 먼저 열린다. 대표적으로 목련은 크고 소담스런 희거나 자주색 꽃을 잎보다 먼저 피운다. 목련 꽃눈이 붓을 닮았다고 목필(木筆)이라고도 한다. 햇볕을 받는 남쪽의 꽃잎이 먼저 자라서 북쪽을 향해 꽃이 핀다고, 북향화(北向花)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목련은 잎도 꽃을 뒤따라서 피는데, 잎이 먼저인지 꽃이 먼저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조영식 작사, 김동진 작곡, 엄정행 노래의 '목련화'는 한국인들이 애호하는 봄 노래가 되었다. 가사 중에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새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라고 노래한다. 세 분은 목련을 교화(校花)로 삼는 대학을 인연으로 만났다.

우리 교단의 일곱 개 총회 직영 신학대학교들도 일제히 졸업식과 입학식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교마다 오리엔테이션으로 분주하다. 입학하는 목회 지망생들을 보면서 겨울눈을 떠올린다. 한국교회는 낙엽을 떨군 교목과 같은 처지이다. 우리 교단도 2010년 285만 명을 정점으로 교세가 줄고 있다. 2020년 총회에 보고한 교세통계에 교인이 250만 명이니 대략 35만 명이 줄었다. 10년 간 12% 가량 줄었다. 교단에 따라서는 2007년부터 교세 감소를 보고한 곳도 있고, 2020년까지 20% 이상 교세 감소를 보고한 교단도 있다.

교회의 교세 감소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다문화화 세속화 추세에 따라서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동아시아 일대의 교회들이 모두 유사하다. 북경 상해 남경 등 중국 대도시의 교회들도 비슷하다. 서구교회가 1970년대 이후 경험한 급격한 교세 감소보다 완만하기는 해도, 경제성장에 뒤따르는 사회변화의 충격이라는 점에는 동일하다.

한국교회는 겨울눈을 잘 보살펴야 한다. 장차 꽃과 잎을 활짝 피우리라는 기대를 갖고 이들을 북돋워야 한다. 이 시대의 목회후보생은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시대까지 덮쳐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회복과 부흥의 겨울눈으로 자라도록 정성을 다해서 뒷바라지하기를 기대한다.



변창배 목사/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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