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발 음모론, 무엇이 문제인가?

교회발 음모론, 무엇이 문제인가?

[ 생생논평-문화읽기 ] 음모론, 현상과 대책은?

신효선 기자 hsshin@pckworld.com
2021년 02월 26일(금) 12:35
<생생논평-문화읽기>교회발 음모론, 무엇이 문제인가?

얼마 전 세계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전당이라 할 미국 국회의사당이 극단주의적인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습격을 당한 사건인데요. 이런 만행을 주도한 이들 중엔 큐어넌(QAnon) 추종자들이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큐어넌 무당(QAnon shaman)으로 통한다고 합니다. 큐어넌(QAnon)은 Q와 익명을 뜻하는 Anonymous의 합성어로, 2017년 10월 Q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극우 성향 온라인 게시판인 '포챈(4chan)'에 미국을 배후에서 조정하고 지배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 깊은 곳에 숨겨진 정부)가 존재하며, 이들은 소아성애자, 사탄숭배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민주당 고위 인사와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등 유명 기업인 등이 딥스테이트의 구성원이며. 힐러리를 포함한 사회 유력인사들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성착취, 살인, 악마숭배 등을 즐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이 미국의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것은 나라를 구하기 위한 구국행동이었던 셈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음모론들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에 따르면, 목회자 중 49%는 "성도들이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음모론을 반복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고 보고하면서 "정보에 대한 무책임은 기독교인의 증언이 소셜미디어와 함께, 지역 사회 사람들과 더 넓은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사회도 이러한 음모론의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에 관련된 단체에서 발생한 극단주의 음모론의 폐해가 언론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의 계기가 된 BTJ(Back to Jerusalem) 열방센터 감염의 배후에는 음모론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BTJ 열방 센터를 세운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는 3000명이 넘게 모인 1박 2일간의 집회에서 코로나 상황과 관련하여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노예가 되어서 악마의 하수인이 된다는 음모론을 말했다고 합니다. 코로나19는 단일정부로 전 세계를 통제하려는 특정세력이 퍼트린 전염병이며,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집회에 참여한 상당수가 방역당국의 조치에 비협조적인 것은 음모론에 따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은 물론 일반 교회의 이미지 악화는 너무도 심각합니다.

문제는 교회 안에 이런 종류의 음모론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교회 안에서 세대간, 이념간 진영이 나누어지고 각종 이슈를 둘러쌓고 가짜뉴스들이 카톡이나 페이스북, 유튜브들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음모론과 이야기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성도들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습니다. 목회자들은 이슈들에 대해 목회적 차원의 의견표명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사로잡히게 될 때, 신앙은 무력해지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타자화시키고 심지어 악마화시킴으로써 대화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음모론의 가장 큰 문제는 검증가능하지도 반증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입니다. 음모론을 믿게 하고 유지시키는 근거 자체가 증명의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 안 서로에 대한 게토화가 심화됩니다. 교회공동체의 합당한 요구나 주장들마저 사회로 하여금 귀를 닫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21세기 교회 안에서도 음모론이 유통되는 이유?

21세기, 계몽된 신앙의 세기에도 이러한 음모론이 교회에서 유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교회가 당면한 위기의 해결 방법을 안에서 찾지 않고 밖에서 찾으려는 잘못된 출구전략에서 기인합니다. 한국교회는 오랜 기간 동안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대사회적 신뢰를 상실한 채로 다음세대로의 신앙잇기 또한 매우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급변하는 사회문화적 상황과 교회의 가치가 갈등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종교사회학자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는 종교집단이 외부와 배타적이며 긴장관계가 높을수록 구성원들의 열정은 커진다고 하였습니다. 특히 종파로 분류되는 비주류 집단은 주류 교단 및 주변 문화와의 차별성에서 결속력을 얻습니다. 그들에게 감염병으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비난보다 두려운 것은 외부의 통제를 받아들여 자신들만의 세계가 무너지는 일입니다. 정부의 방역조치에 대한 거부나 백신에 대한 음모론 등이 주로 종파나 사이비 이단 집단을 통해 퍼지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할 것입니다. 이러한 분파적 해결방식이 그러한 집단뿐만 아니라, 유사한 분파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성도들에게 수용되고, 오늘날 SNS와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환경속에서 급속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위기의 해법은?

그렇다면 음모론과 가짜뉴스들이 횡횡하는 이때,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교회 공동체는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말고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의 근본 원인은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하는데 있습니다. 교회 지도자들과 신자들의 모습이 세속화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교회의 신뢰도가 21%로 급락했다는 통계는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청년 세대의 경우, 신앙은 가지고 있지만 교회에는 나가지 않는다는 가나안 신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조사도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교회는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서 문제를 찾기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방향으로 위기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성장주의에 따른 부작용은 없었는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윤리성 상실을 반성하고, 문화적 지체 현상 속에서 섬처럼 고립되어가는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반성하는 성찰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둘 째, 미디어에 대한 바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음모론이나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곳들은 특히 유튜브와 페이스북 같은 매체들입니다. 이러한 매체들을 통해 음모론과 가짜뉴스들이 횡횡하는 것은 주류 매체를 불신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 리더십 학자인 에드 스테처(Ed Stetzer)는 "주류 뉴스 매체에 대한 불신이 음모 이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고 일갈했습니다. 일례로 교회들에 대해 뉴스 생산자의 일부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도 하고 빈약하기도 합니다. 펙트 체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극적 기사로 교회들을 어려움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회에 대한 왜곡된 보도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회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가짜 뉴스를 만드는 것과 동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여 주류 미디어를 멀리 한다면 교회는 미디어로터 바르게 다루어질 기회를 더욱 더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오히려 교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바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음모론과 가짜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디지털 미디어 소비 역량이 필요합니다. <패거리 심리학>의 저자 새라 로즈 캐버너는 오늘날 가짜뉴스, 진영논리를 중심으로 한 양극화, 혐오와 폭력의 문화 현상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현상들은 사람들이 건강한 집단에 소속되려는 인간의 본성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미디어 사용에 대한 7가지 실질적인 교훈을 제시하였습니다.

교훈 1.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십시오, 분노를 표출하는데 쓰기보다는 타인을 공감하고 연결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교훈 2. 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하되 내가 속한 집단의 권력을 맹종해서는 안 됩니다. 집단 안에서 반론과 혁신으로 자정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훈 3. 현대인들은 감정이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해독제를 복용해야 합니다, 첫째로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은 미래사회와 소문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두려움대신 희망을 키우십시오, 또한 사회정의를 위해 분노를 이용하되 너무 그 분노에 사로잡히지는 말아야합니다.

교훈 4. 내가 속한 집단도 소중하고 외부의 집단도 소중하지만, 외부의 집단을 좀 더 포용하려는 노력을 해 보는게 어떨까요. 내가 속한 집단에 충실하기 위해서 외부의 집단에 꼭 적대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교훈 5. 당신은 다빈치코드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당신만 알고 있는 음모론의 진실에 대해 너무 확신하지 마십시오. 거짓뉴스에 대해 출처와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우십시오.

교훈 6. 누가 옳고 누가 그런 것을 따지는데 집중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이는 노력을 해봅시다. 그것은 공감대의 형성으로 이어집니다.

교훈 7. 젊은 세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뜻밖의 것이 발명되고 발견되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오늘날 음모론이나 가짜뉴스에 자유롭지 않은 교회 교회공동체가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이라 할 것입니다. 초대교회 시대, 쓸데없는 변론과 다툼을 불러일으키는 신화와 족보이야기 같은 거짓 교훈(딤전 1장 4절)에 주의하라는 성경에 말씀에 주목하면서 21세기 오늘 우리의 교회를 새롭게 해야 할 것입니다.

음모론과 가짜뉴스로 서로 갈등하며 분열해 가는 이 때, 한국교회공동체는 보다 성숙한 교회가 되어 화해와 통합을 이루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건강한 신앙인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으로 역할을 다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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