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라이프, 랜선 신앙, 그리고 랜선 교회

랜선 라이프, 랜선 신앙, 그리고 랜선 교회

[ 논설위원칼럼 ]

채은하 총장
2021년 03월 08일(월) 08:41
성수주일을 비롯해 전통적 신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40대 중반의 안수 집사를 알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주일 예배를 거른 적이 없는 교회 생활에 철저한 성도였다. 하지만 직업상 학교와 집 외의 공간을 가능하면 벗어나지 않도록 학교의 권고를 받은 이 교사는 어쩔 수 없이 지난 1년 영상 예배로 주일 성수를 대신해야 했다. 최근 그는 수십 년간 지켜온 주일 성수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는 비대면 영상 예배에 장기간 노출되다 보니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신앙생활이 나쁘지 않다는 변(變)을 펼친다. 그가 지적한 가장 큰 장점은 예배 시간과 장소의 자유 선택이 가능하기에 주일 하루를 온전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굳이 한 교회에만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설교자를 선택할 수 있기에 질(?)좋은 설교를 마음껏 들을 수 있고 그 외에 다양한 교회들이 제공하는 온라인 신앙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나열한다. 혹이 성도들 간의 불편한 인간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봉사'라는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등 장점들이 많다고 피력한다. 어찌 이 집사에게만 해당되겠는가?

최근 몇십 년 우리 사회는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지식 정보를 기초로 제3차 산업혁명을 넘어서 초지능을 특징으로 지금보다 더 넓은 범위와 더 빠른 속도를 지향하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최첨단의 세상이 한계를 모르고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제4차 산업혁명). 손안에 있는 개인 휴대폰으로 단 1,2초 만에 온 세계와 온 인류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더 가속화시킨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pandemic)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이 질병의 전염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여행 제한과 봉쇄 조처가 이루어지면서 사람 간의 관계 및 교통을 차단 내지 제안시키고 그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모바일의 강화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인터넷이 인간의 집합과 분산을 가장 최적화할 수 있는 절대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현상이 인터넷환경으로 만들어주는 '랜선'(LAN, local area network)인데 즉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의 환경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모든 것에 랜선이라는 용어를 붙일 수 있다. 요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언택트(un+contact) 즉 비대면이 가능한 것은 바로 랜선 때문이다. 비대면으로 인해 생기는 요즘 유행하는 사회적 현상이 있다. 랜선 친구(애인), 랜선 여행, 랜선 버스킹, 랜선 모임, 랜선 장례식, 랜선 결혼식, 랜선 콘서트 등 이 모든 것들을 통틀어서 '랜선 라이프'라고 할 수 있다. 랜선 라이프,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직접 만나기보다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생활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

교회 및 신앙생활도 예외가 아니다. 이 패턴은 일상생활을 넘어서 교회생활에도 막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요즘 규모가 있는 개 교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놀랄 일이 많다. 목회자, 성도들 간의 직접적인 대면이 없어도 예배만이 아니라 성경공부, 가족 심방, 수련회 및 온갖 교회 행사들이 비대면으로 연령에 관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발전 속도와 다양성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계속 진화되고 있어서 랜선 기도회, 랜선 사경회, 랜선 심방, 랜선 캠프 등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아마도 지금은 랜선 교회 생활의 초기단계이겠지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에도 굳이 대면 시대로 돌아갈 필요가 없을 만큼 사람들은 이런 비대면 신앙, 교회 생활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랜선 라이프 사회에서 랜선 신앙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될지 참으로 궁금하다.

랜선 라이프, 랜선 신앙 그리고 랜선 교회, 기우일 수 있지만 인터넷상으로 이루어진 신앙 훈련,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될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면서 랜선 신앙과 랜선 '교회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에 왔다고 하면 너무 시기상조인가?

채은하 총장/한일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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